1년 채 안되는 짧은 타향살이. 그러나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떠나는 아쉬움은 ‘아주 특별한 공연’으로 달래기로 했다.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면서….
조촐한 공연 치고는 꽤 의미가 있는 무대가 남원에서 펼쳐진다. 12일 오후 5시30분 춘향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리는 남원시립국악단의 ‘아주 특별한 학예발표회’.
중국 연변가무단과 오랜 교류 사업 끝에 지난해 교환 연수를 시도한 남원시립국악단이 연수가 끝날 무렵 민족을 넘어선 화합 무대로 양국의 교환 연수생들이 꾸미는 이색 공연을 준비했다.
남원시립국악단에서 교환 연수를 받고 있는 연변가무단의 조선족 김호윤(47·장새납)과 리향단(25·첼로), 그리고 연변가무단으로 교환 연수를 다녀온 남원시립국악단의 김미량씨(36·가야금)가 학예발표회의 주인공들.
“그간 쌓아온 실력을 한 자리에서 펼쳐보이는 발표회 성격의 무대죠. 공연 중간중간에는 교환 연수중 겪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나 힘든 점을 소개하는 대화의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이번 무대를 기획한 남원시립국악단 상임연출 오진욱씨는 “한 해 교환 연수를 정리해 보는 뜻깊은 우정무대”라고 소개했다.
개량 태평소 ‘장새납’ 연주가 전공인 김씨는 중국에서 국가 1급 연주원. 한국을 찾기 전까지만 해도 2급이었던 그는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 ‘1급이 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태평소와 피리를 배우기 위해 남원을 찾은 그는 지난 98년 KBS 열린음악회에 초청돼 장새납 독주 무대를 갖는 등 이미 한국과 인연이 꽤 깊다.
‘3년 배울 것을 한달 만에 소화해냈다’는 평을 들을 만큼, 재능이 뛰어난 연주자로 꼽히는 그는 연수 기간 내내 KBS국악관현악단과 육군국악대,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각종 공연단체와 행사로부터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전주, 광주, 계룡, 평택 등 전국 각지에서 유명세를 탔던 그는 남원에 있는 동안에도 장새납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길 때문에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가락은 엇비슷하지만, 분명한 음악적 차이를 느낄 수 있었어요. 짧은 시간이나마 국악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찾고 싶어요.”
연수와 공연 준비로 정신없는 한해를 보낸 그는 한국음악의 매력 때문에 떠나는 아쉬움이 크다. 고별 무대인 이번 공연에서 그동안 기량을 닦은 태평소 시나위와 장새납 독주 ‘처녀총각’을 선사할 계획이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버지, 해금이 전공인 삼촌 등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리씨의 전공은 첼로지만, 이번 연수에서는 ‘아쟁’에 도전했다. 가뜩이나 생소한 국악에다 서양 악기를 다룬 그로서는 장단 공부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눈앞이 캄캄했어요. 이제 좀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연수가 끝나고 중국에 돌아가려니까 많이 아쉽네요.”
어렵게 아쟁을 익힌 그는 6분짜리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매일 서너 시간씩 공연 준비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자신의 전공인 첼로 독주 무대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연변가무단을 찾아 일찌감치 가야금 25현 연수 과정을 밟은 김씨도 이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국내 무대를 통해 알려진 연변 출신 박미화씨로부터 옥류금을 배운 그는 아직은 북한의 개량악기가 낯선 한국에서 옥류금의 매력을 전할 생각.
이날 공연에는 ‘살풀이 독주’와 ‘가야금 병창’ 등 남원시립국악단 단원들의 우정 출연 공연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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