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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일] 아이들 미술 가르치는 화가 채성태씨

장난끼 가득한 얼굴에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쏟아내는, 장가도 안 간 총각이 아이들의 아빠가 됐다.

 

10여년 전부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가르쳐온 한국화가 채성태씨(31).

 

지난해부터 아예 한국어린이보호재단 전북지부에서 살고있는 채씨는 올해 미술과 복지가 결합된 대안공간을 열기로 했다. 4∼5월 쯤 개관할 예정. 전주 서신동 본병원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는 35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들의 행복으로 넉넉하게 채워나갈 계획이다. 올해도 아이들을 위한 계획으로 머리 속이 꽉 차 있는 채씨가 ‘미술로 행복한 나라’ 만들기에 나섰다.

 

“그림을 하는 사람들은 발언의 장으로 또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로 항상 대안공간의 필요성을 느껴요. 대안공간은 문화와 복지가 결합된 곳으로 가족과 젊은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어렸을 적 그의 꿈은 앞 못 보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것. “내 아버지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는 채씨는 “내가 할 수 있는 그림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면서 거칠었던 아이도 우울해 하던 아이들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꼈어요. 가족이 해체되고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예술의 힘을 발휘하고 싶었죠.”

 

“문화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채씨는 대안공간에서 가족 전시를 열고싶다고 말했다. 자녀가 부모를, 부모가 자녀를 알아가는 전시. 채씨는 “전시가 꼭 필요한 가족들이 있다”며 “모델이 될 첫번째 가족을 벌써 생각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신청을 받아 가족 성격에 맞는 기획을 해주고, 가족들이 만들어온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제도권 교육 밖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미술활동에 대해서도 대안공간의 문을 열어놓을 생각. 음악, 연극, 미술과 관련된 생활 속 예술로 어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문화센터 운영도 중요 프로그램이다.

 

“요즘 들어 개인전을 경력 중 한 줄로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요. 진지한 자세로 전시를 열고 싶어하지만, 여건이 안되는 젊은작가들에게는 공간도 무료 대관할 생각입니다. 단, 자신의 작품으로 문화센터 강의를 1∼2시간 정도 의무적으로 해야합니다.”

 

그는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안공간을 함께 꾸려가고 싶다. 가장 큰 걱정인 운영비는 작가들에게 작품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판매액의 절반은 작가에게 나머지는 어린이보호재단과 대안공간 운영에 쓰는 형식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미술이나 예술을 통한 교육적 효과를 담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런 책들을 보면 맥이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겉만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내용 말고,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찾아내 책을 만들고 싶어요.”

 

채씨는 미술의 교육적 효과를 프로그램화시킨 아이들을 위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부터 참여해 온 ‘역사와 함께 한 미술여행’도 전남 무안(25∼26일)과 해남(27일)으로 이어간다.

 

“작품을 통해 풀어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는 채씨는 지난해부터 미뤄왔던 개인전을 올해 열 계획이다. 황폐화된 자연이나 사회에 목화솜으로 만든 표피를 널어놓고 쑥뜸을 올리는 등 좋은 기운을 이곳 저곳으로 전한다는 내용. 미술의 치유능력을 믿는 채씨의 또다른 표현이다.

 

그의 고향은 전남 무안. 대학입학(전북대) 후 줄곧 전주에서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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