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전' 준비하는 스물세명 작가들
아직 손님을 한 테이블도 받지 못한 어두침침한 술집. 낡은 문을 밀고 사람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3일 오후 7시, 환경전 ‘숨전(展)-쇠 흙 불 물 나무’를 위해 지역 미술계의 반가운 얼굴들이 동문네거리의 한 술집에 모였다. (15일부터 3월 1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전관)
지난해 연말부터 매주 한차례씩 가져온 모임이 벌써 여섯번째. 쇠, 흙, 불, 물, 나무 등 조별 모임까지 합하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창작지원 공모에 선정된 이후 작가들은 꼬박 이번 전시에만 매달려 온 셈이다.
“우리 모임은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데,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생각들을 안해요. 다른 그룹에 비해 구속성도 적고 ‘환경’이란 특별한 주제가 있어서인지 작가들의 의욕도 대단해 서로에게서 에너지를 얻어가죠.”
2002년 ‘인간, 자연, 환경’을 주제로 첫번째 전시를 열고, ‘숨’(2003) ‘물의 노래, 물의 한숨’(2004)에 이어 네번째 전시다. 지난해 열일곱명이었던 참여작가는 올해 스물세명으로 늘어나 모임 때마다 테이블 네 개를 길게 붙여도 비좁을 정도다.
“작가에게 1백만원만 줘도 큰 힘이 됩니다. 소리전당에서 지원받게된 5백만원을 제외하고 재료비나 모임 회비 등은 작가가 개별 부담하지만, 작가들을 격려해 준다는 뜻에서 이번 전시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모임의 맏형 임택준씨는 “설치, 드로잉, 판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모였지만 보여줄 이야기가 많아 설치 위주 전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 난해한 것에서 벗어나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 공간을 나누고 설명적 요소도 더해 ‘신선한 설치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북예술회관 전관을 이용하는 규모있는 전시인 만큼, 1층 1실은 ‘나무’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생각을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내는 공동작업 공간이다. 다섯개의 공간은 쇠, 흙, 불, 물, 나무 등을 주제로 4∼6명의 작가들이 꾸밀 계획.
‘쇠(金)’는 김삼렬 박부연 이경태 이일순 한숙, ‘흙(土)’은 심홍재 송상민 최영문 김성헌, ‘불(火)’은 정하영 임승한 진창윤 최춘근 김성호, ‘물(水)’은 전량기 고보연 김기원 조헌, ‘나무(木)’는 임택준 곽승호 김윤숙 김영란 김정우. “전시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건강해 다른 그룹전에 비해 매력적이었다”는 고보연씨를 비롯 ‘숨 전’에 처음 참여하는 이일순 김성헌 김성호 김기원 조헌 곽승호 김영란 김정우씨 역시 이번 전시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숨’은 넓은 의미에서 결국 소통이죠. 만물을 상징하는 다섯가지 주제로 인간과 자연, 환경의 소통을 말하고 싶어요.”
24일 ‘작가와의 대화’에서 ‘다원주의 시대의 설치미술과 환경’을 주제로 강연하는 미술평론가 손청문씨는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적 이해가 가능한 설치미술을 통해 작가들은 직접적 방식인 환경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간접적 방식인 인간 본성, 치유에 대한 의미를 드러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시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아트숍도 열어요. 작가들이 만든 소품을 벼룩시장 형태로 전시해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작가들의 작품 설치기간은 12∼14일까지 3일간. 도록은 작가들의 만남과 작업과정, 설치과정 등을 담아 전시기간 중 발행하고, 임택준 심홍재씨는 퍼포먼스도 준비하고 있다.
‘숨 전’을 준비하는 작가들은 세상의 ‘맑은 숨’을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끝난 후 환경이 훼손된 곳이나 자연 속으로 나가 현장 전시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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