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한옥마을 나들이 나온 사람들
설 연휴 동안 전주한옥마을은 설을 함께 즐기는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나누는 기쁨으로 행사장마다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는 한옥마을.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을 만났다. 일찌감치 음식 장만을 마친 가족부터 데이트 나온 연인, 타향에서 명절을 맞는 외국인 등 삶의 다양한 모습이 한옥마을에서 펼쳐졌다.
△ 알람 엠디 라피쿨 가족
“우리도 명절 때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해요. 문화는 다르지만, 마음은 같은 것 같아요.”
전북대 수의과대학 박사과정을 밟기위해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을 찾은 알람 엠디 라피쿨씨(31). 얼마전 실험을 하다 손을 다쳤다는 그는 “한국의 설을 느끼기 위해 가족들과 한옥마을 구경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맞는 두번째 설인데도, 명절이 되니까 고향 생각이 더 많이 나요.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고 좋지만 부모님과 친구 생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지난해 5월 아들 딥또(5)와 함께 뒤늦게 한국에 온 아내 리비(30)는 “한국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싶은데 한국어가 서툴러 속상하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와 한국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지만, 즐기려고 노력해요. 한국문화가 색달라서 재밌어요.”
한국에 온 지 1년 4개월. 지난 설에는 국립전주박물관에서 떡메치기를 해봤다는 알람은 서툰 한국어로 “갈비탕, 떡국, 김치가 좋은데, 그 중에서도 비빔밥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민요나 판소리 등 전통 소리도 그가 좋아하는 한국문화다.
△ 산업연수생 하소청
“한국 선진기술을 배우러 왔어요. 2006년 8월에 귀국하는데 남은 시간 동안 다치지 않고 무사히 생활하다가 돌아가는 것이 소망입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과 문화사랑모임이 개최한 ‘아시아인 설날 한마당’에 참여한 하소청(33). “한국에서 돈도 많이 벌어가고 싶다”고 수줍게 말하는 그는 2003년 8월 철강 기술을 배우기 위해 산업연수생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의 고향은 중국 산동. 어느새 한국에 온 지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언어나 음식 등 한국 생활은 여전히 낯설다.
“한국 문화나 생활방식이 습관화가 안돼있어서 어려워요. 그래도 한국의 전통춤이나 노래는 관심 있어요.”
“설 명절이 되니까 고향에 두고온 부모님과 아내, 열한살된 아들이 더욱 보고싶다”는 그는 “가족들의 꿈을 짊어지고 온 만큼 한국 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김오목 할머니 가족
“나 어렸을 때는 설빔이라고 새 옷 입고, 널뛰기도 하고 줄넘기도 했지. 옛날에는 명절 몇 일 전부터 집안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전도 몇 차반이나 붙여냈는지 몰라.”
“풍남동에서 살다가 13년 전 금암동으로 이사갔다”는 김오목 할머니(72)는 설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온 막내아들 가족과 한옥마을을 찾았다.
“인절미, 닭강정, 명태전 조금 장만하고 나왔다”는 김할머니는 “명절 분위기는 옛날이 더 좋았다”며 옛 생각에 잠겼다. 손자 기대(11)와 기천(8)이는 한옥의 고즈넉한 기와 밑에서 서울에서 보기 힘든 민속놀이를 즐기느라 정신없다.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추진한다고 해서 고향일이라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요. 각 지자체마다 특화된 것을 찾으려고 하는데, 전주는 맛과 멋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씨의 아들 최덕성씨(44)는 “어린 시절을 보낸 풍남동이 옛 모습을 많이 잃었지만, 한옥마을을 조성하면서 요즘 시대에 맞는 전통마을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이 고향인 김씨의 며느리 김선숙씨(43)도 “옛 것이 살아있는 한옥마을을 방문하면 아이들 체험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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