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수요포럼·전북미술포럼 주최 '지역미술의 과제...'
전북도립미술관과 전북미술협회의 갈등, 도신청사 공공미술품 프로젝트 등 지난 한해 전북 미술계는 유난히 큰 진통을 겪었다. 심한 홍역을 앓고 침체에 빠진 도내 미술계의 방향을 찾기위한 포럼이 열렸다. 16일 오후 7시30분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지역미술의 과제와 지역미술관의 역할과 전망’.
정기적으로 열리는 마당수요포럼과 ‘일상적 비평문화’를 위해 만난 젊은 작가들의 모임 전북미술포럼이 공동주최한 이날 포럼에서는 비평문화 부재, 문예진흥기금 배분방식, 작가의식 부족(성장에 대한 조급성과 모방), 미술시장 형성, 미술대학 교육의 편중성 등이 지역미술의 과제로 지적됐다.
지역미술의 현황과 과제에서 시작된 논의는 자연스럽게 도립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으로 집중되면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전북대 이종민교수가 사회를, 최효준 도립미술관장과 신석호(미술가)씨가 발제를, 김선태(예원대 교수) 강용면(미술가) 조은영(원광대교수) 채우승(미술가)씨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모처럼 마련된 미술계의 현안을 주제로 한 포럼 현장을 옮겼다.
△ 김선태(예원예술대 교수)=지역 미술은 체질적으로 허약하다. 해마나 엄청난 숫자의 미술 전공생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양에 비해 질적 발전은 매우 더디다.
작가들은 성장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가 부족해 기존 작업을 반복하거나 학연·지연에 얽매여 정체돼 있다. 자극제 역할인 비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술시장 형성도 중요한 과제다. 워낙 시장이 작다보니 작가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된다. 작가들이 꾸준히 작업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전북도립미술관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하드웨어적인 여건은 좋아지고 있지만, 작가의식이나 미술시장, 비평문화 등 지역미술의 토대를 구축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 강용면(미술가)=작가로서 경험에 의한 내용을 말하겠다.
첫째, 비평문화가 없다. 작가는 비평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평론가는 좁은 지역사회에서 얼굴 붉히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둘째, ‘나눠먹기식’의 문예진흥기금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집중지원’ 방식으로 해야한다. 셋째, 지도교수 성격에 따른 편향적인 미술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졸업 후 작가로서 자신의 장르를 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 채우승(미술가)=도립미술관은 단순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미술의 현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에는 미술품이 있어야 한다. 도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공간들이 생겨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문화와 미술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 비평 문화가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 조은영(원광대 교수)=미술관을 ‘백화점’과 ‘성전’이라고도 말한다. 오락성을 제공하면서도 각박한 현대생활에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해외의 미술관들은 시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정립되어 있다. 전시 기획이나 운영 등의 문제는 미술관의 고유 권한으로 작가들이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 인구와 대비해 미술 인구가 많은 우리 나라 경우는 작가들의 관심도 많고, 그들의 의견을 미술관 운영에 어떻게 반영하는가가 적지 않은 과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대중을 위해 서비스하면서 작가들을 지원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위해 미술관이 조화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
△ 진창윤(전북민미협 회장)=지역작가가 과연 몇 명인가를 묻고싶다. 작가의 기준을 엄격히 해 그들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서 작가정신을 요구했으면 좋겠다. 지역 내 비평문화 정착이 어렵다면 외부에서 비평가를 초빙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김정흠(건설업)=미술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방안은 화랑 운영자들이 고민해야 하고, 작가들은 작품의 질을 고민해야 한다. 작품이 예술성과 투자성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미술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다. 여러분들이 지적한 비평 부재에 동의한다. 도민들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의를 한다면, 지역의 비평문화를 키우는 발판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 유대수(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기획팀장)=지역미술의 과제를 논하기 전에 지역미술의 현황이나 실태 파악을 먼저 해야된다. 그것을 기초로 지역미술의 범위를 정한 다음, 방향과 비전 등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도립미술관의 경우 미술관의 성격과 전문성 등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김선태=사실 비평문화의 문제는 전북만이 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을 판매해야 하는 작가 입장을 생각하면 전시 서문을 쓸 경우 우회적 비평을 할 수 밖에 없다. 외부 평론가를 데려오는 것 역시 좁은 미술시장에서 불가능하다. 원활한 비판문화를 위해서는 소리전당이나 도립미술관이 활발하게 기획전을 마련해 평론가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수 밖에 없다. 지역작가들의 열망과 노력으로 미술관 개관이 가능했던 만큼 도립미술관에 대한 지역작가들의 기대가 크다. 쟁점이 됐던 개관전 경우 도내 작가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미술관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됐다.
문예진흥기금 배분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평가위원회 보다 심의위원회의 역할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 신석호(미술가)=문제는 화랑 안에서의 비평 부재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비평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는데 있다. 작가들의 작품 비평 뿐만 아니라 전시 후기 비평, 미술 관련 제도 비평도 있어야 한다.
△ 최효준(전북도립미술관장)=도립미술관의 성격과 범위를 한정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민들에게 다양한 작품 향유 기회가 주어졌다면 특화시킬 수 있겠지만, 지역 현실에서는 도민들의 취향을 예민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개관전을 준비하면서 지역작가 소외라는 지적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다. 그러나 개관전이 축제 성격이 강한 만큼 우선 판을 벌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했다. 지역작가와 미술시장 활성화 과제는 도립미술관도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 신석호=도립미술관이 ‘엘리트 미술’을 반대하더라도 지역 미술계와 지역 외부 흐름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야한다. 미술관의 인력과 예산 등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역작가를 발굴·교류하고 좋은 전시도 유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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