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호·박순천부부 '흙과 나무의 어울림'
나무와 흙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흙과 나무지만, 서로의 귀함을 잃게되면 언 땅에 목숨 다한 나무토막에 불과하다.
결혼 20주년을 맞은 ‘목공 사내’와 ‘도공 계집’, 이들 부부도 마찬가지다.
목공예가 송승호(50) 도예가 박순천(42)씨가 17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부부전 ‘흙과 나무의 어울림’을 열고 있다.
“자기가 스무살 ‘총각’이었을 적에 나는 열두살 ‘어린 가시내’였다고 말하던 남편이 벌써 오십입니다. 힘들게 살아왔지만, 이제 사랑해야 할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웃음 많은 아내의 손에 이끌려 좀처럼 밖으로 작품을 내놓지 않던 송씨가 부부전을 결심했다. 2년 동안 나무를 깎고 흙을 빚으며 식탁과 차탁, 컵, 화병, 접시 등을 만들었다. 흙을 구워 만든 의자 위에는 나무로 받침을 얹고 나무 차탁 위에는 도자기를 올려놓았다.
“목공과 도공이 만났으니 찰떡궁합이라고들 하지만, 칭찬보다는 서로를 혼내기 바쁘죠. 아내는 깔끔하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고, 저는 나무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을 좋아해 작품이 자꾸 화려해져요.”
그래도 부부는 “예술은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친숙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그래서 전시장도 작품 사이를 걷다 테이블에 잠시 앉아 쉬어도 되는, 편안함이 있는 곳으로 꾸몄다.
“외삼촌인 김을생선생님(전북인간문화재)에게서 목공예를 배운 남편은 젊은 날 스님이었어요. 저를 만나 승복을 벗은 남편을 위해 기회가 된다면 남편의 첫 개인전을 열어주고 싶어요.”
아무리 바빠도 뛰는 법이 없는 송씨가 세밀하고 깊이있는 작업에 홀로 매달리는 동안, 박씨는 백제예대를 졸업하고 새로운 공부를 위해 원광대 도예과에 다시 입학했다.
한 길에 서서 세월이 지날수록 서로를 더욱 존경하게 된다는 이들. 소꿉놀이 같은 부부의 삶이 진솔한 작품으로 옮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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