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부르는 풍수기행' 펴낸 김두규 교수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라면서 툭하면 산과 들을 헤매고 다녔지요. 하늘과 바람, 별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거대한 자연에 파묻혀 있을 때 우주의 기운과 내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자라서 풍수에 대해 알기 시작했을 때 땅과 물과 바람의 세계를 좀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풍수학자 김두규 우석대 교수(45·교양학부). 틈만 나면 전국을 돌며 땅과 바람의 냄새를 맡는 그가 「복을 부르는 풍수기행」(동아일보사)을 펴냈다.
“풍수는 역사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분명한 것은 풍수는 고려시대 이후 1천년이 넘는 세월이 쌓인 지혜의 온축(蘊蓄)이라는 것이죠.”
그는 “풍수는 땅과 그 땅 위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살피는 학문”이라며 “풍수를 가르치다 보니 자연 앞에서 갈수록 분석적이 된다”고 웃었다.
“후손들을 위해 묘지풍수를 이용하고, 일부 술사들이 박약한 풍수지식으로 땅장사를 하기 때문에 아직도 풍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요즘은 인테리어 풍수처럼 풍수가 생활 속으로 많이 들어왔지만, 저 역시 풍수가 기존의 틀을 무리하게 깨뜨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풍수의 효과는 그것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믿는 김교수는 “풍수 술가(術家)이면서도 동시에 학자라는 관점에서 책을 썼다”고 소개했다.
제1장 ‘그 곳에 가면 뭔가 특별한 게 있다’에서는 개인과 문중, 마을, 집단, 국가 등 각각의 주체들이 풍수를 활용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하고, 제2장 ‘풍수는 삶이다’에서는 일제의 풍수침략 현장과 대통령들의 풍수 사랑 등 풍수와 정치를 연결시켰다. 제3장 ‘풍수는 생태학적 환경론이다’는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를 주제로 풍수학자들의 대담을 실었다.
“어떻게 앉아서 길흉화복을 예측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앉아서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직접 그 곳에 가볼 때에만 땅을 읽고 사람의 마음도 읽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교수신문에서 ‘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교수 3인’ 중 한 명으로 뽑힌 김교수는 가지 않은 곳과 고증된 기록을 통해 확인하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풍수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어 이 책에서도 오랜 기간 발품과 책품을 팔아 연구한 80여 곳을 추렸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자료와 찾아가는길, 주석 등을 달았다.
춘향이 보다 더 유명한 남원 광한루의 호랑이 석상, 전주 야산의 ‘초롱불 같은 곳’에 들어선 「혼불」 작가 최명희의 묘지, 박사를 100명 이상 배출한 임실군 삼계면 박사마을, ‘노란 꾀꼬리가 나무를 쪼는 형국’인 가수 송대관의 생가 등 우리 지역 풍수이야기도 재밌다.
“전주는 말 그대로 온전한 명당입니다. 그러나 공간배치가 잘못 됐어요. 전주가 발전하려면 후백제 도읍지였던 기린봉을 주산으로 북서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진정한 애착으로 우리 땅을 들여다 보는 김교수는 “도청 신청사 등이 북서쪽의 반대편에 들어서는 것이 아쉽다”며 “전통이 살아있는 한옥마을 조성도 전주제일고 쪽으로 확대시켰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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