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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전당 '전북 현대미술 다시 읽기' 두번째 기획

과거 되돌아보고 현재를 짚어보면 미래 곧추세우다 '3色3人展'

세 개의 삼인전을 갖는 하반영 박민평 유휴열 오무균 이동근 이종만 이흥재 김두해 선기현(왼쪽부터). ([email protected])

어느새 중견작가의 주름은 더욱 깊어져 지역의 원로가 됐고, 청년작가는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견의 자리에 섰다.

 

전북 미술의 개화기로 불리는 1970년대부터 80∼90년대를 거치며 지역 미술의 흐름을 주도해 온 9명의 작가가 한 자리에서 만난다. 전북 현대미술의 역사를 정리하는 ‘돌아보다-세 개의 삼인전을 통한 전북 미술의 회고와 전망’. 지난해 ‘차이-형형색색’전에 이은 소리전당 ‘전북 현대미술 다시읽기’ 두번째 기획이다. (17일부터 4월 1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 전관)

 

각자 다른 공간에서 다른 형식과 내용으로 독특한 미학세계를 세워온 세 개의 삼인전은 하반영 박민평 유휴열, 오무균 이동근 이종만, 이흥재 김두해 선기현의 3인전 묶음이다.

 

삶 대부분을 창작을 통해 예술 철학을 실천하고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며 살아온 이들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 위치를 짚어보며, 미래를 위해 허리를 곧추세우는 일이다.

 

작가의 개별적인 성향과 작풍을 뒤지는 일에 중심을 두지는 않았지만, 전시는 자연스레 작가들의 오랜 연륜을 반영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어법부터 지역적 향토성을 담고있는 서정적인 구상회화까지 작가들의 지향점과 전북 미술에 끼친 영향력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진다.

 

모처럼의 만남에 아홉명의 작가들은 최근 작품을 비롯 청년시절의 모색기 작품과 공모전 입상작 등 과거의 작품들도 함께 내놓는다. 작가들의 시기별 작업 경향은 물론, 지역 현대미술의 발전도 읽을 수 있다.

 

하반영(85) 박민평(65) 유휴열씨(56)의 만남은 뜨겁다.

 

30년 전 각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들로 만난 이들은 75년부터 95년까지 20년 동안 20번의 3인전을 치러냈다. 구상계열 작업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 이들 작업의 실험은 전북 화단에 생기가 됐다. 특히 최근 두번의 수술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하반영씨의 출품은 원로화가의 치열한 예술혼을 느끼게 한다.

 

오무균(55) 이동근(54) 이종만씨(54)의 만남은 편안하다.

 

까까머리 고등학교 시절에 만나 원광대학교 미술학과 1회 입학 동기였던 이들은 90년대 후반 두차례 3인전을 가졌다. 고요함과 거친 힘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화면은 에너지의 응축과 확산을 보여준다. 구상미술에 천착하며 지역미술의 한 축을 이뤄낸 작가군이다.

 

이흥재(51) 김두해(51) 선기현씨(49)의 만남은 한 해의 끝자락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특별함이다.

 

구상과 비구상, 사진 등 서로 다른 성격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이들의 3인전은 서로 다른 작품세계를 추구하지만 결국 자기 완성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다.

 

유대수 소리전당 전시기획팀장은 “지난 40∼50년 동안 지역 미술계의 ‘산 증인’이라 불러도 무리없는 작가들”이라며 “‘지역에서 미술하기’라는 포괄적인 문제의식 아래 전북 미술 문화의 성장 역사를 살펴보고 줄기를 더듬는 일에 전시의 초점을 맞췄다”고 소개했다.

 

미술창작 성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미술사 정리와 비평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평론의 기능도 강화했다. 하반영씨 등 3인전은 젊은 평론가 구혜경씨가, 오무균씨 등 3인전은 손청문씨가, 이흥재씨 등 3인전은 김선태 예원대 교수가 평론을 맡는다.

 

작가들의 과거 전시 팜플렛과 사진자료, 영상자료, 언론기사 스크랩 등이 같이 전시되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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