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이는 내면연기 '비극적 감정이입' 관건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올해 창단 스무돌을 맞은 전주시립극단의 야심작 ‘트로이의 여인들’. 오는 19일, 20일 본 공연에 앞서 14일 오후 3시 전주시립극단 연습실에서 시연회가 열렸다. 20년 전통의 전주시립극단 위상을 가늠해 보는 의미있는 무대에 김기홍 전 전주예총회장, 류경호 전북연극협회장, 홍석찬 전주연극협회장 등 지역 연극계가 주목했다. 본 공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런닝타임 1시간40분짜리 시연회는 아름다움으로 평가되는 여성과 한 남자의 아내로서 여성, 어머니로서의 여성 등 ‘트로이 여인들’의 삶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트로이 왕비 헤카베(정경림, 전춘근), 트로이 공주 카산드라(염정숙), 트로이 왕자인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서형화), 그리고 스파르타 왕비에서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아내가 돼 전쟁을 피로 물들게 한 헬레네(홍지예). 네 명의 트로이 여인들이 겪는 비극적 운명이 이 작품의 주제다. 연출가 조민철은 한 여인의 작은 불씨에서 비롯된 엄청난 재앙을 통해 ‘인간의 부질없는 행복’과 ‘인간의 자승자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장대한 스토리를 엮어가는 헤카베의 압도적인 내면 연기과 언어구사력, 그리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쳐가는’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까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서구 원작에 우리 것을 입히는 새로운 시도 또한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공연 내내 ‘올 스탠딩’으로 무대를 장식하는 12명의 코러스는 처절한 인간의 모습을 한국무용와 탈춤으로 소화해냈다. 작품의 극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음악도 도입됐다. 연극계에 충분한 자극이 될 만한 실험적 요소들이었다.
그러나 본 무대가 아닌 탓에 극적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은 있었다.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비극적 요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서구극에 국악을 도입하는 시도는 좋았지만 극의 흐름을 깨뜨렸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연기력에 있어서는 무난하다’는 평을 받은 ‘트로이의 여인들’.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무대가 되느냐는 이제 배우들의 몫에 달려있다.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보다 강하고도 흡입력 있는 연기를 주문하고 싶다.
공연은 19일 오후 7시, 20일 오후 3시와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기교가 화려한 연기가 보고 싶다면 토요일 정경림 공연을, 깊이있는 내밀한 연기를 보고 싶다면 일요일 전춘근 공연을 선택하면 좋은 듯 싶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