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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맺어준 '기쁨만남'

신영복교수-비전향 장기수 15명 전주서 한자리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전북·서울 등 각 지역의 비전향 장기수 15명이 19일 전주한옥마을 '다문'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대남 공작원, 빨치산 등의 전력으로 반세기 민족상잔의 고통 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온 비전향 장기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9일 낮 12시 전주한옥마을의 ‘다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64)의 전주 초청 강연에 맞춰 5·18동지회가 마련한 이 자리에 전북과 서울 등 각 지역에서 15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찾았다.

 

김진왕씨(전주 나눔의 집)의 안내로 먼저 도착한 장기수할아버지들은 고속도로가 밀려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신교수 일행을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 만큼이나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비전향장기수는 김찬호 김영식 허형철 조상이 박봉현 윤선남 오기태 유연세 문일순 문상범 유영규 김종복 전상하 곽인수 이성근씨.

 

“건강은 좋아 보이시네요.”

 

두손을 잡고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에 장기수 할아버지들과 신교수는 금새 오랜 세월의 어색함을 텄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역사가 맺어준 인연입니다.”

 

할아버지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역사를 살아오면서도 민족 앞에 부끄럼없이 살아온 신교수를 환영한다”며 신교수를 반겼고, 신 교수는 “징역 20년으로는 명함도 못내미는 자리”라며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사상을 지켜가는 장기수할아버지들의 험난한 삶에 경의를 표했다.

 

비슷한 시기에 수십년 오랜 감옥생활을 겪었던 장기수할아버지들은 출소후에도 여전히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 신교수의 활동을 훤히 알고 있었다.

 

신교수와의 만남을 특별히 기다려왔다는 김찬호 할아버지. 그는 지난 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대전과 전주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했던 신 교수와 전주교도소에서 2년동안 같은 방을 썼던 각별한 인연이 있다.

 

“참, 오랜만이네요. 일찍 찾아뵈었야 하는데, 이제야 만나뵙습니다.”

 

신 교수보다 1년 정도 먼저 출소했던 김 할아버지는 훌쩍 지나간 18년 세월이 안타까울 정도로 오늘의 만남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항상 책을 지니고 있었어요. 늘 고뇌하던 모습이었죠.”책 많이 있고 사색 깊었던 사람으로 신교수를 기억하는 김 할아버지는 교도소에 함께 있었던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전력을 소개했다.

 

“저는 곁에 가족이라도 있어 도움을 받았지만, 어느 다른 나라보다도 더 먼 나라에 가족들을 둔 분들과 비할 수 있겠습니까. 하루 빨리 (북으로) 올라가셔야 되는데 말이죠….”

 

‘조금만 진전이 되면 나아질 것’이라며 마음 빚을 감추지 않는 신교수에게 할아버지들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시대의 스승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신 교수와 전북대를 찾아 이세종 열사를 추모한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은 강연회에 참석, 3시간 가깝게 진행된 강의를 끝까지 들었다.

 

장기수할아버지들이 함께 외출한 이날, 모처럼 봄볕도 따사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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