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 봄바람이 불었다.
서정성이 짙은 화폭 위로도 봄이 찾아들었다.
한국화가 한은경씨(37)와 이영욱씨(34)의 개인전. 한씨는 6년만에 두번째 개인전을, 이씨는 대학을 졸업 후 6년만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외출은 작가들을 더욱 설레이게 만든다. (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 한은경 개인전 ‘채색화전Ⅱ’
“조선시대 전통적인 화조화와 초충도를 보면서 그 순수함과 회화성에 감동했었어요. 틈틈이 자연의 경치를 보고 그리면서 고화(古畵)들과 비교도 해보고 새롭게 꾸며보기도 했습니다.”
함박꽃으로 날아드는 벌과 나비, 촘촘히 매달려 있는 등꽃, 시들어가는 연잎…. 전통채색화 기법을 고집한 그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분한 색과 수묵의 깊이로 오래토록 간직하고 싶은 화폭이다.
한국화가 한은경씨는 “선조들의 화조화와 초충도는 기품이 있어 사색에 빠지게 한다”며 “공부를 하다보니 많은 공력을 쌓아야만 되는 장르같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진안 ‘이랑둥지공동체’에서 보낸 1년 간의 생활은 작품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한씨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마음껏 호흡하고 체험하는 동안 자연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6년 동안 항상 그림을 그려왔지만 자꾸 개인전이 늦어져 마음이 무거웠어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간 밀린 숙제를 마무리하는 것 같아 조금씩 홀가분해지더군요.”
“어떤 분야든지 확실하고 직접적인 것보다 은유적인 것이 더 많은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는 그는 화훼와 초충의 모습 위에 부드러운 봄날의 기운을 옮겨놓았다.
덕성여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줄곧 서울에서 활동했으며, 지난해 전북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왔다.
△ 이영욱 개인전 ‘수줍음·설레임·기다림·바램’
“‘수줍음’과 ‘설레임’은 첫 개인전이기 때문이고, ‘기다림’은 하늘 높이 서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솟대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바램’은 솟대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기원입니다.”
공예품전시관 전시교육팀에서 일하면서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던 솟대의 의미를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았다는 이영욱씨. 첫 전시를 여는 그의 마음은 ‘수줍음·설레임·기다림·바램’이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개인전을 미뤄왔는데, 이번 전시는 친구의 격려가 큰 힘이 됐습니다. 작업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저에게 다시 작업을 하고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켜 준 친구죠.”
같은 기간 전북예술회관에서 개인전을 열고있는 서양화가 임승한씨. 퇴근 후면 임씨의 작업실로 찾아가 틈틈이 전시를 준비해 온 이씨에게 이번 전시는 소중한 사람의 의미를 깨닫게 해줬다. 미술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작업하는 동안 자신의 옆을 지켜준 여자친구의 솜씨를 보고 같은 대상에 대한 표현의 다양성도 배울 수 있었다.
한지를 찢어붙이거나 흙으로 드로잉하고 먹으로 솟대를 그려넣은 화면은 무엇인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을 전한다. “바람을 좋아한다”는 이씨는 화폭 위로 조용히 흘러가는 바람 위에 솟대의 의미도 함께 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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