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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 지혜에 고개 숙여져"

'목침' 전통 재현하는 목공예가 김종연씨

현대 생활에서 잊혀진 전통베개 ‘목침’이 되살아났다. 목공예가 김종연씨(44).

 

나무를 만져온 지 26년. 전통공예와 현대공예, 어느 한 쪽 치우침 없던 김씨는 예맥 전라북도 전승공예연구회 회장을 맡고 전주대 대학원에서 전통옻칠을 전공하게 되면서 부터 전통공예에 무게를 두게 됐다. 그동안 조용히 작업해 오던 목침(木枕·나무로 만든 베개)에서 전통공예의 깊이를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다.

 

“오랜 세월을 내려온 전통공예에서는 현대작가들이 따라갈 수 없는 순수성과 옛 선인들의 기예가 느껴져요.”

 

그가 목침의 전통을 잇기로 결심한 것은 80년대부터. 이미 섬세한 조각은 지워지고 형태감만이 남아있는 낡은 목침을 골동품상에서 만나면서 였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수요에 의해 깎은 목침은 한 두개에 불과했다. 전통을 재현한 그의 목침에 대해 몇 년 사이 사람들의 관심은 부쩍 많아졌다. 건강에 대해 현대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목침을 완성하고 나면 꼭 베어보는 그의 꼼꼼함 때문이다.

 

“목침을 만들다 보면 옛 어른들이 얼마나 지혜로웠는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나무는 도자기나 금속보다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틈새로 바람도 잘 통해 솜베개에서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과 쾌적함도 느낄 수 있어요.”

 

오동나무로 깎은 목침은 값도 싸고 가벼워 일반적인 수요가 많지만, 전통문양을 넣어 정밀하게 깎은 목침은 섬세함과 아름다움으로 눈과 마음을 먼저 빼앗는다.

 

그의 작업실에 전시돼 있는 목침은 25개 정도. 은행나무, 느티나무, 박달나무, 감나무, 오동나무 등 옛 문헌에 나와있는 목침은 모조리 만들어 봤다. 잡귀를 물리치는 호랑이를 암수 함께 조각하고,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와 신선사상에 따른 구름 등을 새겨넣었다. 서랍 속에 약초를 넣어 몸에 이로운 향이 올라올 수 있도록 몸체에는 약제서랍도 만들어 놓았다. 단단한 나무를 깎아 목침을 만들어 내는 동안 굳어질 대로 굳어진 그의 손에는 또다시 굳은살이 박혔다.

 

요즘 그는 백제시대 무령왕릉의 왕비관에서 출토된 목침을 재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몸체를 사각형으로 다듬고 중심부분을 반달 모양으로 파내어 베기 편하도록 만들었다. 몸에는 거북등무늬를 새겨넣고 양쪽에는 봉황을 세우니, 긴 역사가 세월을 거슬러 되살아나는 듯 하다.

 

“목침에 기름을 먹이니 시간이 흐를수록 질감이 좋아져요. 사람들의 손을 타면서 세월이 더해지고, 그렇게 우리 조상들도 목침을 생활 속에서 길들여 온 것 같습니다.”

 

정성을 다해 간 칼이 딱딱한 나무에 부딪쳐 금새 이가 나갈 때면 그는 맥이 빠진다고 했다. 그럴때면 “나무를 다루는 것은 평생을 배워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마음 속에 새겨넣는다.

 

“전통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죠. 오랜 시간을 두고 단단해져야 하는 나무와 같아요.”

 

목침을 전통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그에게 가장 힘든 점은 옛 자료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는 것이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지하기도 하지만 그는 “자료를 집중적으로 수집해 옛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 ‘목우헌(木遇軒)’은 나무와 만나는 집, 나무를 다루는 집주인과 만나는 집이다. 2001년 가을 한가로운 한옥마을에 문을 연 ‘목우헌’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박배엽 시인, 그리고 안도현 시인과 소설가 이병천씨가 머리를 맞대고 붙여준 이름이다.

 

“나무는 칼 끝이 지날 때마다 다른 빛깔과 다른 목리를 드러내며, 향긋한 냄새를 피어내지요. 나무는 많은 시간을 쏟아야만 숨겨진 속살을 드러내지만, 그래서 더욱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시원한 여름을 나게 해주었던 목침. 목침을 깎는 그의 손길이 따가워지는 햇살을 따라 분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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