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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선반과 시렁

‘물건을 얹어두기 위해 널빤지나 철판 따위를 벽에 달아 만들어 놓은 것’이 선반이다. 이 선반 중에 ‘그릇을 얹어 놓기 위하여 부엌 벽 중턱에 드린 것’이 ‘살강’인데 옛날 시골집 부엌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다.

 

오죽하면 ‘살강 밑에서 숟가락 줍기’라는 속담까지 생겼을까. 두 말할 것도 없이 이 말은 ‘아주 쉬운 일’을 가리킬 때 쓴다.

 

또 사랑방 같은 데에는 물건을 얹기 위해 두 개의 긴 나무를 건너질러 선반처럼 드린 것이 많았는데, 이것은 ‘시렁’ 이라고 한다. 이 시렁은 위에 물건을 얹어두는 것 말고도 밑으로 메주나 누룩같은 것을 주렁주렁 매달아 띄우는 역할도 했다.

 

선반과는 좀 다르지만, ‘양쪽에 기둥을 세우고 위에 시렁을 얹어 덩굴 같은 것이 기어오르게’ 만든 것이 있는데, 이것은 ‘덕’ 또는 ‘덕대’라고 한다.

 

메주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가지 덧붙여 둔다.

 

몇 년 전 모 월간잡지는 컬러화보 대여섯 쪽을 할애하여 ‘메주이야기’를 실은 적이 있다. 무쇠솥에 콩을 삶아 찧은 다음 메주를 빚어 처마 끝에 매다는, 옛 시골 정취가 물신 풍기는 장면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이 기사의 제목을 ‘메주 띄우는 날’이라 달아 놓아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불린콩을 무쇠솥에 푹 삶아 건져 짓찧어서 메주를 빚는 온 과정을 ‘메주를 쑨다.’고 하고, 이렇게 쑨 메주에 곰팡이가 나오고 노랗게 되도록 하는 것을 ‘메주를 뛰운다.’고 하는데, 메주를 제대로 띄우려면 긴긴 겨울을 나야한다. 따라서 이 기사의 제목은 마땅히 ‘메주 쑤는 날’이라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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