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명창부 장원 왕기석
“이제부터가 진정한 소리꾼의 시작이죠.”
올해 대회에서 '수궁가' 중 '토끼 배 가르는 대목'으로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수상한 왕기석씨(39)의 기쁨은 각별했다.
지난 8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 20여년 동안 창극단에 몸담아오면서 공연 활동으로 욕심껏 개인적인 소리연습에 전념할 수 없었던 탓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전주대사습 명창의 반열에 오르는 일은 그의 오랜 꿈이었기 때문이다.
“판소리의 길은 험난하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고, 평생을 다 바쳐도 명창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는 지난해 전주대사습에서 까마득한 후배 장문희씨에게 장원의 자리를 내주고 아깝게 차상에 그쳤었다. 남다른 패배감을 안을 만했지만 그는 다시 힘을 내 공력을 더했다.
왕씨의 수상은 전주대사습놀이를 통해 ‘형제 명창’이 탄생되는 희소식도 안겼다. 2001년 전주대사습에서 판소리 장원을 차지한 왕기철 명창(42)이 그의 형. 형제는 이날 장원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곁에서 묵묵히 힘이 되어준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어요.”
정읍 옹동면에서 6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왕씨가 판소리에 입문한 것은 지난 80년. 큰형 왕기창씨(작고)가 활동하고 있던 국립창극단에 놀러간 것이 인연이 돼 소리를 시작했다.
“그 때, 남해성 선생님을 만나 소리를 공부하게 됐어요. 소리길에 들어선지 3년 후 창극단 단원이 됐지요.”
결선이 치러지는 날, 전주실내체육관을 찾아 제자의 수상 소식을 접한 남해성 명창은 “남자는 보통 우렁찬 소리를 내지만, 기석이는 목의 수리성이 있어 어떤 소리도 소화낼 수 있는 소리꾼이다”고 제자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소리 ‘판소리’가 판치는 세상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하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는 왕씨는 추계예술대 국악과를 졸업, 현재 국립창극단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립국악원 제4회 전국국악경연대회 대상(1984), KBS 서울국악대경연 판소리장원(2000),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차상(2004) 등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