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나지 않지만 항상 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와 소중함이 재발견되는 ‘옛것’과 ‘전통’처럼 풍남제에 딱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올해 또다시 풍남제를 찾았다.
39년째 자원봉사 권호석옹
“축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깨끗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풍남제가 열리는 경기전과 태조로 일원에서 담배꽁초나 휴지를 일일이 줍고 다니는 권호석씨(69, 장수군 천천면).
그는 아침에 장수에서 출발, 하루종일 휴지줍기를 하고 난 후 저녁에는 다시 장수의 집으로 돌아간다. 행사가 시작됐을때부터 참여한 휴지줍기는 축제가 끝날때까지 계속할 예정.
“‘휴지를 버리지 맙시다’라는 말을 하는 것 보다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게 백배 낫습니다.”
한때는 오해도 받고, 수모도 당하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보람도 크다”고 말한다.
슬하의 5남매 자녀들이 만류하기도 했지만 그는 지난 69년부터 39년째 자원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찾아간다는 그는 97년 동계U대회 등 도내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해 얼굴이 적잖이 알려져 있다.
‘서로 서로 안 버리고, 기본질서 잘 지켜 문화국민 됩시다’라는 표어가 적힌 천을 몸에 걸치고 행사장을 돌고 있는 그의 가장 큰 바람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주는 것이다.
튀밥노인 이종석옹
풍남문 주위에 설치된 전통풍물장터 한 켠에 자리한 부스에서 행인들의 눈길을 모으며 무언간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튀밥과 설탕띄기 코너의 이종석씨(70, 전주시 동산동). 이미 얼굴 널리 알려진 ‘튀밥노인’이다.
2∼3평 규모의 조그마한 공간안에서 이씨는 행인과 기계의 온도눈금을 번갈아 보며 바쁜 몸놀림을 하고 있다. 이마 주름살은 깊고, 검게 그을린 얼굴과 눈빛은 무심하리만치 표정이 없지만, 손은 연신 일정한 템포로 기계를 돌리고 있다.
손님들의 발걸음 잦지 않으니 부스안은 한가하지만 그가 ‘튀밥이요’를 외치면서 함께 터지는 ‘뻥’소리로 한번씩 소란이 인다.
젊었을 때 목수로 활동하다 10년전부터 뻥튀기 장사로 이직(?)한 이씨는 “전통방식의 뻥튀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전통을 재현하는 풍남제에 튀밥튀기가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해마다 참여한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아파트 단지를 돌며 뻥튀기를 하고 있는 그는 “기계식으로 하는 것보다는 힘이 들지만, 풍물장터에 맞게 직접 손으로 돌리는 이 일이 장터를 찾은 사람들에게 볼거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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