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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 "군락 찾았을땐 자지러질듯 기뻤죠"

자생차밭 가꾸는 박시도ㆍ정정숙씨 부부

“자생차밭에서 나온 차는 맛도 향도 달라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또하나의 선물이죠. 재배차밭에서 나온 차와는 전혀 다른 전통 한국차를 보존하는 일이 절실합니다.”

 

박시도(41) ·정정숙(42)씨 부부에게 봄은 자생차 만들기의 행복함을 제대로 만끽하는 시간이다.

 

20대 중반에 차를 만나 아예 전공과 직업을 바꾸어버린 이들에게 자생차는 삶의 가치관을 지켜갈 수 있게 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전통찻집 ‘다문’을 운영하는 이들 부부의 삶은 자생차밭을 찾아내고 지켜가는 노정이다.

 

차를 즐기다가 아예 단골로 드나들던 찻집(전주 오거리 ‘다문’)을 인수받아 찻집주인이 된 박씨와 아내 정씨가 다시 한옥마을에 새터를 잡은 것이 7년전. 지금은 정갈한 한정식으로 이름이 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부부에게 ‘다문’의 의미는 전통찻집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차에 빠지면서 우리 전통차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되었지요. 근래들어 우리차의 가치나 역사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지만 우리 차문화는 많이 왜곡되어 있어요. 일제가 남긴 영향이기도 합니다.”

 

차 이름이 ‘녹차’로 통칭되는 것도 일본의 영향이라고 말하는 박씨는 우리차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함께 나누는 진정한 차문화 운동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자생차밭은 이 부부의 우리차에 대한 관심이 이어낸 결실. 오래전부터 전북지역의 자생차나무 군락을 찾아다녔던 부부는 고창과 순창 안정리와 세룡리의 자생차밭을 발굴해 관리하면서 자생차나무가 갖는 가치를 새롭게 깨달았다. 순창 적성면 강경마을의 자생차밭은 아예 ‘자생차밭 보존 운동’을 마음먹고 나선 이후 얻은 가장 큰 결실. 강경마을 차밭의 존재를 찾아낸 과정도 흥미롭다. 5년전, 전북일보 기사에 소개된 적성강 생태환경의 ‘자생차밭 분포’ 부분을 주목했던 남편 박씨가 그 일대 답사에 나섰다.

 

“자료도 없이 일대를 뒤지고 다닌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활엽수 빽빽히 들어선 산등성이에 펼쳐지는 차나무 군락을 발견했을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옆에 있던 아내 정씨의 표현대로라면 ‘자지러질듯한 기쁨’이었단다.

 

4년전부터 마을 어른들과 상의해 차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많게는 30명이 동원되기도 하고 적게는 10여명이 동원되는 차잎따기는 대개 4월 하순부터 5월 하순까지. 길어도 한달은 넘지 않는다.

 

부부는 자생차를 만들기 위해 강경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동계면 구미마을의 마음 넉넉한 김갑덕할머니 집의 한켠과 바로 뒷편의 빈집을 얻었다. 차만드는 일은 평생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는 할머니는 젊은 부부 덕분에 차만드는 일을 배웠다고 들려준다.

 

차를 만들기 시작할 즈음이 되면 부부는 마음 설레인다. 자연히 찻일을 하는 봄 한달은 생활기반이 되는 ‘다문’도 뒷전이 된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을 것 같애요. 전북지역의 차유적지를 찾아내는 것도 그중의 하나지요."

 

성신여대 문화산업대학원에서 예절다도를 전공하고 있는 정씨의 바람은 묻혀있는 전북의 차문화 역사를 정리하는 일이다.

 

차잎 따랴, 비비고 덖으랴, 하루 종일 쉴새 없는 중노동이 이어지는 생활. 생산량에 매이지 않으니 인건비도 못건지기 다반사지만 그래도 이 부부에게 이만큼 큰 행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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