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4 06:41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선행의 주인공은 장본인(張本人)?

‘장본인(張本人)’이란 말은 ‘나쁜일의 바탕을 베푼 사람’으로, 주동자, 주모자 또는 괴수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 말이 흔히 잘못 쓰이고 있다.

 

‘아, 그때의 그 황무지를 일궈 오늘의 낙토로 뒤바꾼 장본인이 바로……’ ‘시궁창의 장미로 낙화(洛花)하기 직전의 A양을 구출, 성공시킨 장본인이 바로 B씨였다.’ 정도는 애교나 있다.

 

‘피의 능선을 넘어 철의 ○○고지를 점령,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 바로…….’ 나, ‘3·1운동의 배후 주도 세력을 이끈 장본인 중에는…….’에 이르면 심기가 몹시 뒤틀리는 것은 내로라 하는 글장이들의 글이기 때문이다.

 

1977년 11월, 전북 이리 역사(驛舍)를 콩가루처럼 날려버린 장본인은 누구인가. 그것은 두 홉들이 소주와 한 자락의 추위라기보다는 무엄하게도 다이너마이트 상자 더미에 촛불을 세워 둔 신무일(申武一), 그가 바로 장본인이었다. 이런때 쓸 수 있는 말이 바로 장본인이다.

 

물론, 어원을 찾아 보면, 옛날 중국에서는 좋은 뜻으로 쓰인 모양이다.

 

중국 노(魯)나라 학자요 공자의 스승설이 있는 맹좌(盲左)가 지은 ‘좌씨춘추전(左氏春秋傳)’에 ‘傳具其事爲後晋事張本’이라는 구절이 보이고, 그 뒤 당(唐)에 이르러 ‘장한가(長恨歌)’로 문명(文名)을 떨친 백거이(白居易=白樂天)의 글 중에 ‘爲來世張本’이라 한 것을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장본(張本)이란 말을 그후 우리나라와 일본이 수입하여 쓰면서 그 뜻이 잘못 전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吳東煥)

 

아무튼, 국어사전엔 ‘나쁜 짓의 괴수’라는 뜻으로 한정돼 있으니, 그렇게 알고 써야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