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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 노인취업으로 새직장서 일하는 정해금씨

"노인 취업 모든 일이 제몫이죠"

흰색 윗옷에 남색 치마. 생활한복이 잘 어울리는 정해금씨(60)는 얼굴이 밝았다.

 

전라북도 노인복지회관 2층 대한노인회전북연합회 사무처. 지난해 9월, 새롭게 얻은 직장이다. 27년 동안 근무했던 행정공무원직에서 퇴직한 이후 그는 8개월을 자유롭게 살았다. 갇혔던 틀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온갖 취미 활동을 즐기면서 ‘이제야 비로소 내 자신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의 마지막 직장은 전주시 완산구청 사회복지과 여성복지 담당. 줄곧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해온 그에게 새로운 길이 안겨졌다. 대한노인회전북지부 노인 취업 담당직 응모를 권유 받은 것.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기도 했지만 선택하는데는 적지 않은 고민이 따랐다.

 

“다시 어디에 얽매인다는 것이 망설여졌어요. 오랜 고민끝에 응모 했는데 다행히 사회복지쪽에서 일한 경력이 힘이 되었지요.”

 

노인취업은 개척 분야. 직종도 개발해야지만 노인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작업도 만만치 않는 일이다.

 

“노인들 스스로가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의외로 크더군요. 사회의 관행이 그렇게 만든 것이겠죠. 일을 찾는 사람과 사람을 찾는 회사의 쌍방향 통로가 지금은 꽉 막혀있어요.” 어느새 노년의 길에 들어선 그에게 모든 업무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내 일처럼 새로운 일을 개척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동안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은 하루 하루가 즐거워졌다.

 

노인회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생긴 그는 젊은 시절 합창단에서 활동한 주부들을 모아 합창단을 만드는 일에 나섰다. 7월에 창단 연주회를 갖는 ‘행복한 여성합창단’은 여전히 젊고 고운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아마추어 주부 성악가들의 모임. 모두가 60세 이상의 노년이다.

 

“정작 일을 새롭게 시작하고보니 할일이 너무 많아요. 이것이 모두 내일이다 싶으니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해지지 않게 되지요.”

 

젊은 시절을 보낸 직장에서는 나이가 들어 물러났지만 새롭게 얻은 직장에서 그는 젊은이다. 그러니 일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사회로 들어섰어요. 이제 사회적 환경이 변해야지요. 그 한편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삶의 보람입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며느리처럼 대해주는 대한노인회전북연합회 오길영회장(89)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깨우쳤다는 지혜로운 노년의 생활을 들려주었다.

 

‘책과 신문을 읽어 세상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하루에 3-4시간씩은 가볍게라도 노동을 하는 것, 그리고 묵상하는 것’. 쉽지는 않겠으나 또한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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