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고향에 사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몇 년 전 IMF 위기 때 유수한 생명보험회사의 중역자리를 명예퇴직하고 나이 50초반에 서울을 떠나 낙향한 사람이다. 그 이후 유산으로 받은 야산을 손수 과수원으로 일구고 표고버섯도 재배하며 지금은 마을 이장까지 맡아 농촌에 아주 잘 적응하며 살고 있다. 그 마을은 첩첩산중 이지만 40년 전만해도 150여명이 살았단다. 그런데 지금은 불과 26명이 살고 있으며 그 중에 반은 70세 이상 노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농촌은 어느 곳이나 애 울음소리 듣기가 어렵고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4분의 1이나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초 고령화 사회이다. 농촌 인구의 감소도 문제지만 고령화 또한 심각한 문제다. 이는 인력부족은 물론 노동력저하로 이어져 결국 농업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농촌의 미래를 위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림부에서는 젊은 영농인을 육성하여 농촌에 정착케 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어느 지자체는 인구전입을 유도하기 위해 전입장려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한 소위 ‘귀향마을특구’라는 것을 만들어 출향인들을 고향으로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고장도 있다.
지금 경제가 어려워 많은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에 수습사원으로라도 나가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동남아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와 있듯이 우리 젊은이들 또한 중국 같은 나라의 공장에 단순 노동직으로 나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그들에게 우리 농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농촌도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준다면 그리고 성공한 ‘스타 농업인’을 보여 준다면 많은 젊은 영농인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공장보다는 정든 모국의 농촌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또한 도회지에 살고 있는 출향인들로 하여금 고향에 내려가 정착케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 볼 가치가 있다. 특히 나이 50세 안팎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그 정도 나이면 도회지에서는 은퇴자일지 몰라도 농촌에서는 아직 일할 수 있는 청년층이기 때문이다. IMF 시대 이후 기업체에서는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여 40대 중반부터 이미 ‘명퇴’가 시작되고 잘해야 50대 중반이면 은퇴하게 된다. 실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이 그렇다. 그들 중 상당수는 고향에 내려가 살고 싶어 한다. “자식들 공부도 어지간히 마쳤으니 집 한 채 팔아 자식들 기거할 작은 오피스텔이나 하나 장만해주고 나머지 돈 가지고 고향에 가면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들 얘기한다.
그런데도 그들이 선뜻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운 삶의 전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어떻게 소일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걱정 때문인 것 같다. 지자체에서 그들에게 농촌의 빈집을 알선해 주고 수리비도 좀 보조해 주며 조그마한 '팬션하우스‘라도 지어 민박으로라도 소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면 상당한 호응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휴경지라도 빌려 주어 적절한 영농교육과 농촌 적응훈련을 병행한다면 실효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앞서 얘기한 친구와 같은 진짜 영농인이나 이장도 여러 사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사회 여러 분야에서 나름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농촌에 접목시켜 활용한다면 농촌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들이 문제 해결의 전적인 대안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실제 지방 공무원들을 보면 대부분 ‘전주’ 같은 인근 도시에 살며 시골 직장에 출퇴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문제인 것 같다. 고향을 떠나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도 일자리 문제도 있겠으나 그런 이유가 클 것이다. 따라서 각 지자체마다 관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웃 경남의 ‘함양고등학교’나 ‘거창고’는 우수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아 오히려 외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며 우리가 꼭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박상모(재경임실군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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