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자 하면 산다?
몇년전만해도 한국영화는 코미디가 대세였다. 멜로를 가미했건, 액션으로 무장했건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은 ‘웃기기’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웃기는’ 영화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당장 보기에는 배꼽을 잡지만, 극장문을 나서면 남은 것이 없는 시간때우기영화에 관객들의 불만이 커지면서부터다.
그런 점에서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코미디영화의 끝물이랄 수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한참을 웃기다 후반부에는 감동을 선물하는 한국코미디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오! 브라더스’의 저능아 소년, ‘슈퍼스타 감사용’의 꿈을 던졌던 야구 선수 감사용 등 코믹연기의 대명사인 이범수의 웃음연기가 돋보인다.
범인검거보다는 잿밥에 더 눈이 먼 강력계 형사 이대로는 대한민국 최고 불량형사. 범인검거보다 여자친구와의 데이트가 중요하고, 돈뭉치에 팔려 붙잡은 범인을 은근슬쩍 풀어준다. 하지만 “길어야 3개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뇌종양판정을 받는다. 눈에 밟히는 것은 혼자남게될 어린 딸. ‘생즉사 사즉생’이라고 했다. 어린 딸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기자고 10억 보험에 가입하고 순직을 결심한다. 하지만 죽기를 각오한 이대로의 작전은 이상하게 꼬여만 간다. 날아오는 칼을 맞는가 싶더니 칼끝이 아니라 손잡이 뒷부분이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밑에 범인이 깔려 있다. 이대로의 순직작전은 실패를 거듭하는 대신 초우량형사로 추앙받는다. 어느 영화에서 봤음직한, 죽으려고 애를 쓸수록 죽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영화의 미덕.
한국코미디영화의 관습을 좇기는 하지만, 말초적인 억지웃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철지난 유행가를 듣는 듯한 기분을 떨치기는 힘들다.
눈길을 끄는 것은 카메오 가족들. ‘이대로…’로 데뷔한 이영은감독의 부인인 배우 오지혜와 장인 오현경, 장모 윤소정이 열연한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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