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일의 미술사랑방」펴낸 미술전문기자 이규일씨
세상은 미술가의 이름과 작품만을 기억하지만, 그는 사람을 기억한다. 사람이 곧 그림이고, 그림이 곧 사람이기 때문이다.
칠십 평생을 뒷 편에 서서 미술계를 기록해 온 미술 전문기자 이규일씨(66·주식회사 미술사랑 대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미술 현장을 지키며 은퇴를 모르는 대기자’로 뛰고있는 그가 「이규일의 미술사랑방」(랜덤하우스중앙)을 펴냈다.
“그렇게 편안하게 쓴 책은 아닙니다. 자료도 열심히 찾고 실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머리로 깊이 생각하고 발로 열심히 뛰어서 만들어낸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책에 실린 스물 다섯편의 에피소드는 그가 발행하고 있는 월간 「아트 인 컬쳐(art in culture)」에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연재했던 것. 앉아서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는 사람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때 그때 미술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계기삼아 취재해서 쓴 것들이다.
“중앙일보 기자를 하면서 미술 쪽 일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정년퇴직을 하고 나니 속된 말로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내게 그 쪽 관련된 것들이 축적돼 있더군요. 미술 전문지를 만들어 일을 연장하게 됐지요.”
익산 함라가 그의 고향. 일제 강점기 부자들이 많이 살았던 터라 동네에는 미술을 좋아하고 작품을 수집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68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71년부터 미술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탓에 힘이 들었다는 그는 “76년 이당 김은호 화백의 일대기와 화단 이야기를 아우른 ‘남기고 싶은 이야기 52화 서화백년’을 보도한 뒤에서야 비로소 미술기자로 대접받게 됐다”고 말했다.
“미술계의 비화를 취재, 역사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치고 싶었어요. 사랑방에 앉아 대화하듯, 작가와 수장가, 화상, 애호가 등 그림에 얽혀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엮고 싶었지요.”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전’에는 작품을 출품하지 않았던 도상봉, 인기를 멀리하며 실험적 동양화 작업에 몰두했던 국전 최대의 스타 안상철, 미수전을 준비하다 추모전이 된 당림 이종무 등 나즈막하게 들려주는 그의 미술가 이야기는 흥미롭다.
예술은 멀고도 험한 길이어서 늘 동반자가 있기 마련이다. 김환기와 김향안, 이응노와 박인경 등 ‘화가를 키운 여인들’과 이육록에게 수백 점의 작품을 의뢰하고도 깍듯이 예우한 미술 애호가 교보생명 신용호 회장, 자료미술관 건립을 위해 양복점을 운영한 이동근씨 등 ‘화가와 패트런’ 등 예술가와 그 곁을 지키던 사람의 관계도 주목했다.
“전북미술의 맥은 서예와 문인화, 한국화에서 찾을 수 있어요. 아무래도 그 줄기에서 가닥을 잡아 그것을 발판으로 현대미술까지 이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전북도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을 맡고있는 그는 “이 땅이 낳은 미술가들과 지역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가들의 발자취나 현재 작업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고향 미술계에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이삭을 주워 촘촘하게 엮어낸 그의 ‘미술사랑방’은 이제 ‘미술광장’으로 통하는 길목이다. 이씨는 전주초등학교 교사와 민중서관 편집사원으로 일했으며, 중앙일보 문화부 차장, 호암갤러리 전문위원, 「월간미술」 주간 등을 지내면서 미술 전문기자로 많은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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