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맛의 고장이라고 한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다른 지역과 달리 전북은 우리나라 곡창답게 넓은 들에서 나는 비교적 풍부한 곡식과 채소 등을 이용해서 다양한 음식이 풍부하게 제조되고 조리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음식 인심이 넉넉하고 후했다. 60년대나 70년대에 음식점에서 한식을 시킬 경우 서울지역에서는 반찬 가지 수가 많지 않고 맛도 별로였지만 북에서는 맛있고 다양한 반찬이 식탁위에 가득했다. 전북은 안주 값이 싸서 서울에서 전주에 내려와 술을 먹고 가면 차비를 포함하더라도 술값이 싸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도 그런가?
전북이 맛의 고장으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전북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이 맛있어야 하고 식당음식이 맛있어야 하고 전북에서 제조되는 가공식품이 맛있어야 한다. 이름 있는 조리사가 많아야 하고 식품제조 명인이 많아야 하고 이름 있는 한식 조리학교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
먼저 농산물의 경우를 보자. 고창 대산 수박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곡창이라고 하지만 우수 쌀 반열에 드는 브랜드가 거의 없고 과일이나 채소,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전주 배나 전주 복숭아, 장수 사과나 장수 한우 등을 말할 수 있겠으나 실제 전국적인 인지도는 낮다.
다음으로 식당음식을 생각해 보자. 전북에서 내세울 수 있는 한식 메뉴를 물어보면 우선 백반, 비빔밥, 콩나물국밥을 말할 것이다. 이들 음식을 내세워서 맛의 고장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들 음식 맛은 전국이 평준화 되었고 어떤 면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여타 대도시 지역에 더 맛있는 음식점이 많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반찬 가지 수는 어디에서나 넘쳐흐른다. 더욱이 세련된 실내 공간 디자인, 식기, 조명, 식탁배치, 서빙 등 세세한 부분에서는 다른 대도시지역이 보다 나은 즐거움과 안락함까지 제공하고 있다.
가공식품을 살펴보자. 순창고추장, 선운산 복분자주 말고 어떤 것을 손꼽을 수 있을까? 이강주, 임실 치즈, 곰소 젓갈 등을 말할 수 있겠으나 전국적인 인지도는 매우 미약하다. 이름난 음식 명인이나 음식 조리학교도 없다.
그러면 전북이 진정 맛의 고장으로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앞으로 혁신도시에 이전하게 되는 농촌진흥청 산하 연구소들의 도움을 받아서 맛있는 농산물이 생산될 수 있도록 종자개량과 생산 및 수확 후 관리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음식점은 재래의 토속성 유지 보다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맛을 조정하고 식당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가공식품에서는 대기업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국식품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소량 다품목 중심의 중소형 홈 메이드 식품산업 육성을 병행해야 한다. 음식 명인이나 장인을 발굴 육성하고 불란서의 르꽁 드블루와 같은 세계적 명성을 갖는 조리학교를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맛의 고장이 되지 않을까?
/강수기(한국식품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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