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배꼽' 메이보드...사막-얼음-물의 어울림 신기
[메이보드성] 야즈드에서 50Km 떨어진 메이보드시는 이란의 중심부, 사람으로 말하자면 배꼽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합니다. 이곳에는 볼거리가 꽤 여러 개 있었습니다. 우선 오래 된 토성, 메이보드 성부터 갔죠. Karanaqh에서 느낀 테라코타의 정감이 이 성에서도 그대로 전해 옵니다. 사막하면 떠오르는 것이 모래인데 실제는 진흙이 더 풍부한 가 봅니다. 야즈드도 메이보드도 도시 전체가 옅은 진흙 빛이었습니다. 강수량이 적은 사막이라는 이점 때문에 흙으로 만든 성도 방어용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많은 곳이 훼손되어 그 기능은 상실하고 부분 부분에서 옛 모습을 찾을 수 있을 뿐이지만 돌이 아닌 흙으로 빚은 성을 본다는 자체가 참 신선했습니다.
[모아예디(Moayedi)] 이 건물의 용도가 무엇일까요? 신기하게도 얼음 창고랍니다. 사막과 얼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뜨거운 모래 바람을 바드기르라는 통풍구로 끌어 들여서 물을 통과시키면 자연적인 에어콘이 되어 한여름에도 얼음을 먹을 수 있었다니 그 지혜가 놀랍죠?
[카낫 Qanat] 착착에서 메이보드로 오는 길 주변에 능처럼 생긴 흙더미가 몇십m 간격으로 일정하게 끝없이 쌓여진 것이 보였습니다. 기사가 카날(운하)이라고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좀처럼 용도가 이해가 되지 않다가 이곳에 와서야 그 실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지하 배수로 또는 지하 우물... 정확히 말하면 상수도입니다. 사막지역에서는 우리처럼 지표의 배수로를 통해 물을 보내면 증발을 하기 때문에 땅속을 뚫고 물길을 낸 것입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수도관을 생산하기 힘들었을 터라 땅속에 길을 내고 그 가운데로 물이 흐르게 고안을 한 것이죠. 흙이 쌓여 무덤처럼 생긴 부분의 위가 뚫려 있는데 지하 수로를 들어가는 통로 구실도 하고 터널이 무너져 내리거나 토사가 쌓이면 위로 퍼 올리는 역할도 합니다. 이란에서는 이런 지하우물을 "카낫 Qanat"이라고 부르고, 이란 전역에 50,000개 이상 있는데 긴 수로는 길이가 100리를 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중국 트루판에 가면 이와 흡사한 지하수로를 "카레즈"라고 부르고 허접하지만 박물관이 있어 견학도 가능하답니다.
지하로 흘러온 물이 시내까지 와서 각 집마다 연결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수도꼭지를 틀어야 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엌 한편 바닥으로 물이 늘 흐르고 있죠. 그 물을 떠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그대로 마시기도 합니다. 아랫집이 마시는 물이라 윗집에서 조심할 것이고, 그 아랫집, 그 아랫집... 물길이 돌아 돌아 온 마을을 통과하여 하나가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윗집에서 바가지를 띄우면 아랫집으로 둥둥 떠내려가는 모습이 얼마나 정겹습니까? 운하라는 표현이 딱 맞내요. 나뭇잎 배가 다니는 운하.
야즈드와 메이보드는 이란의 중심에 있고 실크로드를 통과하는 대상들이 꼭 지나치는 길목이었습니다. 13세기 경 마르코 폴로가 야즈드를 통과하여 중국으로 갔다는 기록도 있죠. 얼음 창고 근처에 케러번의 숙소, 카펫 박물관, 지하수로 "카낫(Qanat)"등이 한 곳에 모여 있어 구경하기 편합니다. 입장료는 기사가 해결해서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리 비싸지 않은 것 같고, 카펫을 짜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고 잘하면 저처럼 차도 얻어 마실 수 있습니다.^^
[침묵의 탑] 다시 야즈드로 돌아 와 남서쪽 10Km 외곽으로 나왔습니다. 바위산 언덕에 원형으로 지어진 성곽 두개가 마주 보고 있는데 이곳은 요세가 아니라 조장을 하는 조로아스터교의 관습에 따라 지어진 조장터입니다. 한쪽은 남자, 한쪽은 여자를 조장하던 곳으로 옛날에는 사체를 토막 내어 독수리의 밥으로 주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흔적만 있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즈드의 전망이 색다르기 때문에 가 볼만한 곳입니다. (중국 랑무스에 가면 조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뒤편에 나와요.^^)
공식적인 투어가 끝나고 늦은 오후 야즈드 시내로 돌아 왔습니다. 시내에 남아있는 볼거리를 아리아 호텔 지배인인 헤미드가 안내를 자청했습니다. 케르만행 버스표를 예매해 주고, 조로아스터교의 불의 사원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문을 닫은 시간입니다. 기다리기 지루하여 그냥 패스, 꼬불꼬불한 야즈드의 흙담길을 따라 아득히 먼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이 골목 저 골목을 돌다 자메 모스크에 도착했습니다.
/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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