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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잃어가는 자의 슬픔 달래는 이방인의 노래

소설가 김지연 창작집 「들리는 소리」

이방인은 슬프다.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 또한 이방인 뿐이리라.

 

눈보라가 칠 때는 어윈을 만났고 봄의 어디쯤에선가 수우를 만났다. 하늘에 먹구름이 깔리고 천둥이 울던 날은 엘리오를 만났고, 햇살이 찬란하던 어느 여름날 하프를 켜는 나타샤를 만났다. 늪으로 간 여자도, 화가의 아내였던 노파도, 그는 그 숲 속에서 만났다.

 

자신 또한 낯선 땅의 이방인으로서 이방인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스스로 짊어진 소설가 김지연(59). 대학 시절 「여상」이란 여성잡지에 ‘벼랑에 뜨는 별’을 발표하고 곧바로 학생잡지 「여학생」에 ‘사슴의 마을’과 ‘숲으로 가는 길’을 연재하며 당대의 젊은 독자들의 감성을 사로잡았던 신예작가는 30여년 전 이 땅을 떠났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그가 첫 창작집 「들리는 소리」(문학사상)로 모국을 찾았다.

 

현재 미국에 살고있는 그는 ‘뿌리를 잃어가는 자의 슬픔’에 아프다.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며 어정쩡한 이방인으로 사는 사람들은 늘 외롭고 지쳐있다. 언뜻언뜻 작가의 모습이 실려있는 듯 하다.

 

버펄로 언덕 숲 근처에 터를 잡고 사는 김씨는 그 쓸쓸한 사람들을 숲으로 이끌고 있다.

 

‘드림캐처’의 인디언 청년 엘리오에게 고향의 숲은 이미 백인들이 빼앗아 간 조상의 땅이었고, ‘유산’의 노파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숲은 죽은 남편과의 아름다운 사랑이 깃든 곳이며, ‘늪’의 여자에게 숲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곳이었다. 그에게도 숲은 삶의 위안이었으리라.

 

소설가 전상국은 「들리는 소리」를 ‘모국어로 아름답게 복원한 그리움의 숲’이라고 평했다. 모국어를 쏟아내며 죽어가는 모습, 모국어로 각인된 옛 애인의 죽음과 좌절 등 작가는 상실의 아픔마저도 자기 뿌리를 확인하는 것으로 이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에도 한국에서 수십권의 책을 구해 읽으며 김씨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문체를 갈고 닦았을 것이다. 때로는 거칠고 어둡지만 짧은 문장은 속도감있게 흐르고 있다.

 

한승헌 변호사가 책 제목 글씨를 쓰고, 서양화가 유휴열씨가 표지그림을 그렸다.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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