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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자 인터뷰 - 열병 앓은 만큼 새열정 얻었다

위부터 기명숙, 김재희, 김애현씨. ([email protected])

“12월과 1월 달력을 찢고 싶을 정도예요. 거의 절필하다시피 신춘문예 폭풍을 지내고 나면 이번에는 계간지가 작품을 공모하기 시작하죠.”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려운 신춘문예.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시 부문 ‘북어’ 외 1편으로 당선된 기명숙씨(39), 수필 부문 ‘장승’의 김재희씨(55·본명 김재규), 소설 부문 ‘K2블로그’의 김애현씨(41). “요즘 여풍이 센 것 같다”며 웃었지만 아이까지 둔 이들에게 글쓰기란 쉽지않았다. 늦은 당선 소식에 그들은 “‘전북일보’라는 말을 듣고 코 끝이 찡했다”고 말했다.

 

사는 게 허무하게 느껴지는 나이, 20여년 만에 다시 시를 쓰게됐다는 기명숙씨는 지난해 우석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발상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스무살 젊은이들 앞에서 시를 쓰고 발표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작품을 내기 전 안도현 교수님께 보여드렸는데, 무릎을 탁 치면서 ‘이거 된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평소 따뜻한 분이지만 시에서만은 냉정하리만큼 칭찬이 없는 분이어서 용기를 내봤죠.”

 

결혼과 함께 1996년부터 전주에서 살게된 기씨의 고향은 전남 목포. ‘생선시인’이란 별명 답게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도 ‘날아다니는 꽁치’ ‘생선시장에서’ ‘북어’ 세 편이었다.

 

수상작 ‘북어’는 전남대 정치외교학과를 다니며 시대적 상처를 떠안아야 했던 친오빠의 이야기다. 그는 “아직도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오빠 이야기로 시인이 됐다”며 “문학은 자기 열등감을 치유해 줄 만큼 달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글 한 줄 쓰기 위해 일주일을 몸살을 앓을 때가 있어요. 쓰여진 글을 쉽게 읽는 사람들이 많지만 단어 하나 선택하기도 만만치 않아요.”

 

2002년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한 김재희씨는 신춘문예에 미련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 당선도 삼수 끝에 얻어낸 것. 그는 “이러다가는 날기를 갈망하는 박제가 되어버릴까봐 조바심이 났다”고 말했다.

 

1996년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글쓰기를 시작해 주로 인터넷 문학사이트를 통해 공부를 해왔다는 김씨. 사이버공간에서 남자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아 필명을 쓰고있다.

 

당선작 ‘장승’은 남편을 만나게 된 순창 복흥 장승촌으로 다녀온 추억여행에서 본 것을 일기처럼 써놓은 것이었다. 그는 “방송통신대 등록 접수증과 교과서를 무작정 품에 안겨준 남편에게 제일 먼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소설 한 편 쓰고나면 진이 많이 빠져요. 글을 쓰다보면 내가 나를 잘 이해하고 있나 고민될 때도 있고,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나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죠.”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전주와의 첫 인연을 맺게된 김애현씨. 올해 한국일보와 강원일보 소설 부문에도 당선된 그는 보다 열정적인 문학도들 앞에서 동시당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했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해박한 듯 보여도 세상과 소통하는 것에는 서투른 것 같아요. 그들에게는 글쓰기가 소통의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당선작 ‘K2블로그’ 역시 소통의 또다른 방식을 주목한 작품. 그는 “정보에 의지해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에피소드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춘문예가 주는 열병을 오래도록 앓아온 이들. 오래 견뎌온 만큼 새로운 힘을 얻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세상과 소통하는 길. 문학을 통해 독자들과 마주설 이들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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