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신춘문예의 바람이 또한번 지나갔다.
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이들이 강세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미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올해 신춘문예에 전북 지역에서 당선된 이들은 조선일보 희곡 부문 최일걸씨(39)와 한국일보 동시 부문 박성우씨(35·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 홍보팀장), 전남일보와 광주일보 시 부문에 동시당선된 정동철씨(39·우석대 교수), 경남신문 수필 부문의 이주리씨(44·노동부 전주종합고용안정센터)다.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됐던 최씨는 199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소식을 전하더니 올해는 조선일보 희곡 부문에 당선됐다.
“12월 끊임없는 폭설 속에서 세상으로부터 완강하게 돌아앉아 창작에 몰두하고 있었다”는 최씨. 신문사로부터 당선 소식을 듣고 그는 “‘세상이 날 잊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선작 ‘팽이증후군’은 독특한 형태로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핵심문제를 통렬하게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공 위에 뜬 집’과 ‘아버지 소처럼 말씀하시네’로 전남일보에, ‘전주철물점과 행복부동산 사이’로 광주일보에 당선된 정씨. 정양 우석대 교수의 강권에 못 이겨 신춘문예에 응모했다는 그는 당선소감을 두 번 쓰는 행복을 누리게 됐다. 1991년부터 전북청년문학회가 문 닫을 때까지 전북 지역 문학청년들과 함께 한 그는 늦은 등단이라며 웃었다.
“문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었지만 무기만 믿고 문학을 등한시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이 든다”는 그는 “문학이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는 믿음 안에 문학성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미역’으로 한국일보 동시 부문에 당선된 박씨는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다. 이번엔 제대로 된 동시집 하나 내고 싶어 오랫동안 준비해 오다 골라 낸 것이 덜컥 당선됐단다.
“사물을 유치하게 보는 것을 동시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는 그는 “아름답고 기발한 상상력이 있는 것이 동시”라고 힘주어 말했다.
‘피아노와 플루트’로 경남신문 수필 부문에 당선된 이씨는 “다른 통로보다는 꼭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고 싶었다”고 했다. 19년 동안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아플 때 시 하나 나오고 깨달을 때 수필 하나가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바꾸고 싶어요. 시는 포착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깨달을 때 시 한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당 서정주는 그의 외삼촌. 2003년 「한맥」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한 그는 수필보다는 시쓰기에 평생 목숨을 걸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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