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관객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아니, 정확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겨울방학시즌 블록버스터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왕의 남자’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기대에 못미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국내최대 배급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반짝흥행했던 ‘태풍’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는 것도 관객의 냉정한 평가에서 비롯됐다. 영화흥행은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었다고, 당대 톱스타를 기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동시대 관객들의 정서를 관통하는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만 ‘대박’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최고한국영화의 영예’는 과연 어디로 돌아갈까. 무엇보다 이번 겨울극장가 블록버스터전쟁의 대미를 장식할 권상우·유지태주연의 ‘야수’가 오는 12일 선보인다. 다혈질 형사와 스타 검사가 의기투합하는 거친 남자들의 액션누아르. ‘유전무죄 무죄유죄’를 낳은 탈옥수 지강헌의 실제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홀리데이’는 19일에, 설날대목에는 350만 관객을 불러모은 ‘두사부일체’의 속편 ‘투사부일체’가 대박을 꿈꾼다. 2월에는 한석규의 역사코미디 ‘음란서생’이, 한국-아시아의 다국적프로젝트 ‘데이지’도 전지현·정우성·이성재를 앞세워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상반기에는 남북분단코드를 앞세워 차승원이 탈북자로 분하는 ‘국경의 남쪽’과 실제 연인이기도 한 조승우-강혜정의 ‘도마뱀’이 개봉한다.
여름시즌에는 한국최고 흥행해결사 봉준호-강우석감독이 맞붙는다. 한강에 사는 괴물이야기 ‘괴물’과 분단코드의 ‘한반도’로 한국형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엽기만화를 영화화한 ‘다세포소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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