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4 07:14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템포-사람과 풍경] 전북산악연맹 히말라야 원정대

자연의 위대함 배우러 갑니다

3월 25일 8000m가 넘는 초오유(8201)와 시샤팡마(8046) 등반에 나서는 원정대. 앞줄 왼쪽부터 선영희·김창석·이상조·류길만·이명옥, 뒷줄은 이정판, 정재석씨. ([email protected])

새해를 맞는 의미는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묵은해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은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특권이기도 하다.

 

2006년이 더 특별한 사람들. 전북산악연맹(회장 엄호섭) 소속 히말라야원정대(대장 류길만) 15명 대원들이 그렇다. 설레는 가슴으로 새해 아침을 맞았다는 히말라야 원정대원들은 도전과 희망으로 활기 넘쳐 보였다.

 

오후 7시. 류길만 대장의 연락을 받고 모인 대원들은 7명. 한결같이 얼굴이 밝아 보였다. 이상조(54·원정단장· 전북대교수) 김창석(52· 원정단 부단장· 숲해설가) 류길만(44· 원정대장· 사업) 이정판(45·운수업) 선영희(44· 회사원) 정재석(40· 사업) 이명옥(23·전북대 농경제학과 3년)씨. 갑작스러운 호출에도 시간을 맞춰 함께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은 ‘끈끈한 결속력’의 증거다.

 

“한가지 일에 마음을 모을 수 없다면 고산 등반은 어림없습니다. 이제 한배를 탔으니 마음도 행동도 함께 해야해요. ”

 

류대장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원정대의 약속을 일러준다. 선배에 대한 깍듯한 예의, 후배에 대한 끈끈한 애정은 이미 익숙해진듯,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원들의 대화속에서도 읽혀졌던 어떤 질서의 힘이 이들의 특별한 관계에 있었음을 알게된 것은 신선했다.

 

히말라야 원정대는 오는 3월 25일 히말라야를 향해 출발한다. 예정된 기간은 6월 7일까지. 일정은 철저하게 기획되어 있으나 돌아오는 날은 확정할 수 없다. 고산 등반은 그만큼 예측할 수 없는 과정이다.

 

전북산악연맹이 단일팀을 구성해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전 대상은 초오유(8201미터)와 시샤팡마(8046미터). 8천미터가 넘는 ‘신의 영역’이다.

 

“정복이란 표현은 옳지 않습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늘 경이로운 대상이예요. 산에 오르는 일은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의 위대함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등반은 봉우리 등정이 최선의 목표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있습니다. 자연으로부터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 그것이 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번 원정을 위해 선발된 15명 대원들은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정된, 이를테면 정예부대다. 7-8명 정도는 고산 등반의 경험을 갖고 있지만 7명 대원은 고산 등반이 처음. 기성산악인들의 경우는 20-30년의 등반 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이다.

 

여러차례의 훈련과정을 통해 원정대원을 선정한 이는 류대장이다. 최종 승인의 권한을 갖고 있는 산악연맹 이사회는 류대장의 추천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김 부단장은 “원정대장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고산 등반의 지휘를 하기 어렵다”고 귀뜸했다.

 

류대장 역시 원정대원을 선정하면서 고민이 적지않았다. 누구라도 욕심을 가질법한 히말라야 등정의 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산 등반은 개인적인 욕망을 앞세워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공동체적인 결속력이 우선이지요. 개인적인 능력이 기본이긴 하지만 화합과 신뢰의 힘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사사로운 감정 개입을 과감히 떨쳐버렸던 것도 원정대 전체의 결속력을 위한 선택이다. 류대장은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소망도 이 참에 실현시켰다. 대학산악부원들을 원정대에 포함 시킨 것. 그는 “산악 운동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 덕분에 원정대의 마스코트인 명옥씨(전북대 산악부 대장)도 ‘늘 가슴에 안고 있던 소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두달이 훨씬 넘는 원정기간은 모든 대원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 생업과 학업을 모두 미뤄두거나 포기하고 나서야하는 고행이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사연이 없을리 없지만 이들은 “고통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며 웃음으로 답했다.

 

생명까지 담보해야 하는 고산 등반을 나서는 산악인들의 마음이 궁금했다.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설레죠.”

 

그랬다. 희망은 늘 설레임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욕망과 희망이 갈라지는 것도 이 ‘설레임’의 접점에서다. 이들에게 히말라야 등정은 ‘욕망’이 아닌 ‘희망’이다. 개인적인 욕망을 버리고 도전하는 ‘희망’은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히말라야 등정에 우리가 함께 설레이는 이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