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정이 목표지만 중요한 건 과정
인터뷰 다음날 류길만 원정대장과 3명 대원들이 만덕산 빙벽 등반에 나섰다. 동행 대원은 김창석부단장과 선영희·현권식 대원.
쌓인 눈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만덕산 빙벽까지 오르는 길은 미끄럽고 더 가파랐다. 힘겹게 찾아간 빙벽 골짜기. 30여분 앞서 간 대원들은 이미 빙벽을 오르고 있다. 두시간여. 빌레이(밑에서 로프를 잡아주는 역할)를 맡은 김 부단장을 제외한 3명 모두 한두차례 오르내리고 나서야 빙벽 훈련은 끝났다.
이번 히말라야 원정대의 지휘를 맡은 류대장은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그의 판단과 지침에 등반의 모든 과정이 결정되고 실행되기 때문이다.
“한가지 원칙만은 꼭 지키려합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15명 대원이 모두 무사히 등반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초오유’와 ‘시샤팡마’ 등정이 목표지만 그것은 대상일 뿐 중요한 것은 목표를 향한 과정이다고 말한다.
류대장은 남다른 아픔을 갖고 있다. 그의 고산등반은 89년 낭가파르밧(8126미터), 2002년 매키니(6194)에 이어 세번째. 첫 고산 등반에 나섰던 낭가파르팟 원정길에 그는 동료를 잃었다. 6100미터 지점에서 1000미터 추락한 후배. 충격과 좌절에 빠진 채 첫 원정은 실패했다.
“후배의 시신을 베이스 캠프까지 운구하면서 차오로는 슬픔을 억누루기 어려웠습니다. 꼭 다시 오겠다고 마음 먹었었지요.” 아직 실현되지 못한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대원과 현대원 역시 20여년 경력의 산악 베테랑. 친구사이이기도 한 이들은 수송과 기록을 담당하는 류대장의 밀접한 파트너다.
“고산 등반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희망이어야 합니다. 믿음이 없다면 희망을 가질 수 없죠.”
누구보다도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고 믿음이다.
역시 함께 원정에 나서는 김창석부단장은 원정대의 운영을 뒤에서 돕는 지원자. 경제적인 부담까지 안고 있는 그에게는 떠나는 날까지 자유롭지 못한 과제가 안겨있다. 원정대 운영 예산 확보다.
“후배들이 자유롭게 원정에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거든요.”
빙벽 등반이 끝나고 늦은 점심시간, 예산 이야기가 나오자 노트북이며 디지털 카메라며 후배들의 주문이 이어진다.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하는 김부단장의 말에 모두 웃음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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