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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쓰고 택시타고 학교도 가죠

유교문화 실천 모임 '갓사랑모임(애립회)'

임시모임을 가진 '갓사모' 회원들. 남자들은 한복에 갓을, 여자는 한복에 비녀를 꽂고 있다. ([email protected])

양반집 풍경일까. 한복 차림에 갓을 쓴 이들이 놋그릇에 잘 차려진 한정식 앞에 앉아있으니, 오히려 보는 이들이 당황하게 된다.

 

‘디지털’이란 단어가 넘쳐나는 세상, 갓 사랑 모임 ‘갓사모(애립회·愛笠會)’는 이제는 낯설어진 유교문화를 실천하는 모임이다.

 

“물질주의에 퇴락한 현대사회에서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선비문화를 일상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모임이지요. 요즘들어 전통행사가 많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사회적 구호나 간단한 의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남일 회장은 5년 전부터 ‘갓사모’를 준비해 왔다. 진안 주천중학교 과학교사로 재직하고 있지만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10여권의 향토지를 낼 정도로 우리 삶에 관심이 많다. 그는 “전통문화와 선비문화를 몸에 익혀 남이 보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갓사모’란 이름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모임에 참석하려면 남자들은 한복에 두루마기, 망건, 토시, 갓을 갖춰야 합니다. 여자들도 한복에 비녀를 꽂아야죠. 모임장소에 실천목표에 따른 주제를 한문으로 써서 걸고 그 뜻을 음미합니다.”

 

실천목표는 ‘옛 것을 나의 것으로’ ‘전통을 생활 속으로’ ‘고전을 학습의 장으로’. 회원들끼리 전통배례를 올리고, 주법에 따라 전통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한 때 전통의복 때문에 회원가입을 미루는 이들도 있었지만, 두 달 사이 양용석 박수경 박한경씨 등 주천중 교사들이 중심이었던 회원 수는 스무명으로 늘어났다. 청학동에서 전통을 강의하거나 전통무용가, 한국화가 등 모두 전통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고, 지역도 전주, 진안, 남원, 구례, 서울 등으로 전국적인 모임이 됐다.

 

“가끔 한복차림에 갓을 쓰고 학교도 가고 택시도 타고 그러는데, 다들 좋아합니다. 아직은 호기심 수준이겠지만, 작은 눈길들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지난 11월 창립모임을 시작으로 다섯차례 임시모임을 가져온 ‘갓사모’. 2월 중에는 새 홈페이지 오픈과 함께 첫 정기총회를 열 예정이다.

 

전주향교와 도산서원, 누정, 청학동, 종묘, 경기전 등 앞으로는 전국 전통문화 관련 단체와 연계한 모임으로 꾸려나갈 생각이다.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갓사모’ 회원이 될 수 있다. 문의 063) 255-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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