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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길목에서] 서예가 여태명씨

옛멋 + 독창성

글꼴 자전 만드는 작업을 체계적으로 해야한다는 여태명교수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email protected])

‘여태명’이란 이름표가 붙은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고민한다. 글씨인지, 그림인지.

 

문자와 회화의 접목을 시도해 온 효봉 여태명 원광대 교수(50). 그 오묘한 만남을 재밌어 하는 관람객들 뒤에서 그는 미소를 짓는다. 예술과 일상의 간격을 좁혀가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가끔 여태명은 전통서예를 못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죠. 하지만 피카소가 데생을 못해서 그런 그림을 그렸겠습니까. 회화의 기본인 데생을 가지고 작품이라고 내놓을 수는 없잖아요.”

 

보수적인 서단에서 한때는 ‘이단아’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 작가와 작품은 독창성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여교수는 “창작을 공장에서 물건 만들 듯 할 수는 없다”며 “옛 것을 바탕으로 답습이 아닌 창작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작업을 하고 있으면 내가 전주에서 태어나고 살고있는 게 행복해요. 완판본에서는 정형적인 관의 냄새가 아닌, 민체의 다양한 글꼴들이 나타나거든요. 고문서를 영인하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자전으로 만들면 같은 글자의 다양한 글꼴들을 비교해 볼 수 있죠.”

 

소장하고 있는 희귀본들을 영인하고 자전을 만드는 일은 올해로 13년째. 지금까지 「용비어천가」 「송강가사」 「조웅전」 「열녀춘향수절가」 「심청전」을 정리해 펴냈다.

 

올해는 「여사서」와 「소대성전」을 영인하고 글자에 따른 다양한 서체를 볼 수 있는 자전을 펴낼 계획이다. 영인본이 국문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글자마다 자음과 모음을 해체하고 재조합해 만드는 글꼴 자전은 서단에서 귀중한 작업이다. 혼자 시작한 일은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는 “완판본의 고장에서 한글 글꼴 자전을 만드는 작업을 체계적으로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생활 공간이 바뀌었는데, 옛날 식으로 표구한 족자를 걸어놓으면 어울리겠습니까. 나는 죽어있는 작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서예도 사람들 속에서 호흡할 수 있어야죠.”

 

생활서예에 관심이 많은 그는 효봉 축제체·개똥이체·흰돌체·검은돌체·푸른솔 B체, 푸른솔 L체 등 호를 따 6개의 효봉 서체를 컴퓨터용 CD로 개발했다. 한글과 영어, 특수문자로 개발된 서체를 한문까지로 넓히는 것은 그 앞에 놓여진 중요한 과제. 지난 12월에는 제자들과 함께 ‘문자조형아트센터’를 만들어 첫 작품으로 대접과 팥죽 이미지를 살린 ‘모죽’ 로고를 만들기도 했다.

 

올 가을 전주에서 여는 열두번째 개인전도 ‘집에 걸고 싶은’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10회까지의 개인전이 작가로서의 몸부림을 보여줬다면,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열한번째 개인전에 이어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시도를 잘 추스려 보여줘야 할 차례다.

 

그가 손바닥을 들었다.

 

“법고(法古)만 있고 창신(創新)이 없으면 안되고, 온고(溫故)만 있고 지신(知新)이 없어서는 안됩니다. 이 손바닥 안에서 떠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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