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의 냉혈 경찰관이자 잔인한 교도소 부소장 김안석. 최민수는 섬뜩한 웃음 속에 금니를 드러내며 절대악의 화신임을 숨기지 않는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속에서도 ‘홀리데이’를 지탱하는 원동력에는 최민수의 역할이 크다.
거친 영화일수록 악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그러고 보니 최근의 영화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이 많다. ‘홀리데이’외에도 ‘야수’에선 권상우-유지태 콤비보다 손병호가 분한 조폭보스에 더욱 눈길이 간다. 성공한 사회사업가와 악랄한 조폭보스의 양날에 선 손병호는 “이기는 게 정의”라는 우리 사회의 속물근성을 주도면밀하게 보여준다.
거슬러 올라가보자. 우리 영화에서 악역의 원조라면 허장강이다. 장동희, 신용균, 이예춘 등도 당대의 악역배우들이다. 최근들어선 ‘테러리스트’에서 염정아를 성폭행하며 능글맞게 웃던 유오성, ‘쉬리’의 최민식, “니가 가라, 하와이”하던 ‘친구’의 장동건, ‘초록물고기’에서 비굴하기 짝이 없던 문성근 등이 악역캐릭터로 자리를 잡았다.
헐리우드의 경우 악역연기의 경지에 이른 배우들이 적지않다.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의 한니발 렉터 박사 안소니 홉킨스, ‘베트맨’의 조커 잭 니콜슨, ‘사선에서’의 테러리스트 존 말코비치, 얼치기에서 갑자기 담배를 입에 문채 진범으로 돌변하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케빈 스페이시, 사이코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케이프 피어’의 로버트 드니로 등을 들수 있다. 특히 악역연기의 최고라면 ‘레옹’의 부패형사 게리 올드만을 꼽는다.
악역이 돋보이는 영화일수록 상대 주인공들은 대체로 무능해보인다. 영화도 자꾸만 현실과 닮아가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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