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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시인의 향수어린 책] 열녀춘향수절가(烈女春香守節歌)

시집못가고 죽은 추녀 위한 책 할머니 손잡고 춘향제 첫 구경

「춘향전」의 춘향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할머니로부터였다. 예닐곱살 때가 아니었던가. 할머니께서는 박석고개(博石峙)에서 살다 시집도 못간 채 죽은 한 추녀(醜女)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지어진 게 「춘향전」이라는 말씀이었다.

 

남원의 광한루 경내에 ‘열녀춘향수절각’이 세워진 것은 1931년, 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나는 여덟살때의 사월 초파일, 할머니의 손을 잡고 30리 길을 걸어 남원의 ‘춘향제’를 처음으로 구경한 바 있다. 지금도 저때의 일이 눈 앞에 삼삼하다.

 

그 후, 교과서에 나오는 한 부문이 아닌 「춘향전」을 단행본으로 통독한 것은 30대에 들어서였다. 김사엽(金思燁) 교주본 「춘향전」(학원사, 1962)에 의한 것이다. 이 책의 원본이라고 할 「열녀춘향수절가」를 구해 갖게 된 것은 뒷날의 일이다. 84장으로 된 이 책은 전주 ‘완서계서포’(完西溪書鋪)에서 19세기 후반에 낸 목판본이다.

 

‘고소설의 백미’로 이본(異本)도 많고 판소리·창극·영화화 된 바도 많거니, 「춘향전」의 해설이야 덧붙일 것 있으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몇 대문을 들어본다. 춘향과 이도령이 원앙새처럼 노니는 대문은 건너뛰기로 하고,

 

① ‘불경이부(不更二夫) 이 내 마음 이 매 맞고 영 죽어도 이도령은 못 잊겠오’ ② ‘금동이에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金樽美酒千人血) /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玉盤佳肴萬姓膏) /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燭淚落時民淚落) /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가 높았더라(歌聲高處怨聲高)’ 만을 들기로 한다.

 

①에서는 춘향의 매운 절개를, ②에서는 부패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춘향전」은 중·영·불·독·일·노어(露語)로도 번역·간행된 바 있다. 춘향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에겐 어느 이본으로든 한번쯤 「춘향전」의 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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