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이 파초선으로 불껐다는 '화염산' 중국 3대 고대건축물 중 하나인 '카레즈'
트루판 Turpan 吐駑番
트루판은 특이하고 신기한 지형 때문에 볼거리가 참 많은 곳입니다. 트루판 역이 해발 고도 700m쯤 되는 곳에 있는데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60Km쯤 가야 트루판 시가 나옵니다. 시내의 해발고도는 100m 정도고요. 가장 낮은 곳은 해수면 보다 280m 아래에 있다는 아주 특이한 지역입니다. 당연히 물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두 증발해 버립니다. 넓은 분지를 이루고 있어 고도차가 난다는 것을 실제로는 느끼지 못합니다. 위도상 상당히 북쪽에 있음에도 이곳의 기후는 낮이면 뜨겁게 달았다가 밤이면 서늘해지는 전형적인 사막 기후를 보입니다. 근처에 있는 화염산의 한여름 지표 온도가 70도 까지 올라간다는데 저 건너 보이는 천산에는 하얀 눈이 쌓여있으니 특이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동내죠. 연평균 기온차와 일교차가 중국 내에서 가장 심하고 여름이 가장 뜨거운 곳이랍니다.
비가 적고 일교차가 큰 날씨 때문에 투루판의 특산품은 포도입니다. 이곳에서 200여종 이상의 다른 품종의 포도가 수확된답니다. 땅이 넓어서 수확량도 어마어마하다는데 제가 간 5월은 포도가 거미알처럼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달고 싱싱한 포도를 맛보지 못한 대신 건포도는 엄청 먹었습니다. 길거리 노점에서 여러 종류의 건포도를 맛보다가 꿀처럼 단 노란 건포도를 10원어치를 샀는데 성도까지 가는 동안 간식 대용으로 잘 먹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곳의 포도는 달고 맛있어도 포도주는 형편 없다내요.
트루판 버스터미날에 도착하여 트루판빈관을 찾자 바로 앞의 교통빈관이 더 싸고 좋은데 왜 트루판 빈관을 찼냐고 영어가 잘 되는 남자가 그리 가라 합니다. 내일 우루무치 가는 버스도 이곳에서 타면 되고... 밑져야 본전, 교통빈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깨끗하고 괜찮네요. 3인실 도미토리가 35위안 (5,200원). 나 혼자 썼습니다. 이 번 여행 중에는 비수기라는 이점 때문에 이란에서 중국을 거치는 거의 모든 도미토리에서 혼자 방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나 빈관의 도미토리를 혼자 쓰면 싱글룸에 묵는 것 보다 훨씬 넓고 좋습니다. 물론 값은 싸고...^^ 운이 좋으면 도미토리 값을 내고 더블룸을 혼자 차지하여 묵는 경우도 있습니다. 호텔측에서 사람이 없을 때 도미토리를 주면 관리하기 힘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짐을 풀고 나오자 아까 그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친절하다했더니 투어를 주선해주고 코미션을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종의 삐끼죠. 한나절 투어를 해야겠는데 함께 떠날 사람들이 없습니다. 천불동, 화염산, 소공탑, 교하고성, 카레즈... 저녁 7시 까지 차 맘대로 쓰고 입장료 포함...400위안 (6만원) "으잉~ 도둑놈. 입장료가 얼만데?" "200원 정도 된다." "거짓말... 무슨 입장료가 200원이나 되? 입장료는 내가 낼 테니 150원에 차 빌려줘라." 옥신각신 싱갱이를 하다가 380원에 입장료 포함하는 조건으로 차를 빌렸습니다. 차는 180원에 빌리고 자기들이 알아서 문표를 끊으면 그게 남는 거라고... 다 돌고 나서 보니 이놈이 나에게 사기를 친 것이 맞습니다. 천불동 20위안, 교하고성 30위안, 카레즈 20위안, 소공탑 20위안... 총 90위안. 카레즈와 소공탑은 표를 안 끊고 문지기와 사바사바하더니 그냥 들여 보내주더군요. 예상을 했지만 그 것은 지들의 능력이니 알아서 하고, 금방 들통 날 일을 이렇게 거짓말하다니...에이 찝찝한 놈...
기사가 말도 잘 들어주고 교하고성에서 지체를 많이 하여 시간이 늦어졌기 때문에 용서는 해주기로 맘먹었지만 그래도 야단을 치고 돈을 줘야지. "너 일루 와 바. 입장료가 다 합해도 90원 밖에 안 하는데 무슨 200원이야? 자... 300위안만 받아." 80원 더 주라고 엄살을 떨고 난리가 아닙니다. "그럼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게 장사를 해야지. 난 돈 더 못 준다. 저녁 시간도 널널한데 80원 만큼 너 혼내고 줄께 집에 가지 말고 기다려라."
비윗살 좋은 놈이라 유들유들 내 옆을 따라 다니면서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조릅니다. "왜? 내가 너 밥도 사줘야 하니?" "카레즈 가는 쪽에 국수랑 꼬치구이 잘 하는 집이 있는데 내가 살께. 밤에 사막 나가면 좋은데 돈 더 받은 대신 그 투어 싸게 해줄게, 안 갈래?"
"됐네. 이 사람아. 얻어먹고 또 바가지 쓰게? 출출한데 야시장에서 맥주나 한잔 사라." 사기는 쳤지만 이야기를 해보니 재미있는 친구였습니다. 나머지 80원 던져주고, 맥주 한잔 얻어 마시고, 양 꼬치 하나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무슬림이라 맥주를 두병 마시는 동안 아이스크림만 쭐쭐 빨며 내 비위를 맞추느라 지겨웠을 겁니다.^^
에고~~ 오늘 하루는 많이도 헤매고 다녔습니다. 삐끼와 맥주를 한잔 마시고, 밤이 늦도록 주변에 있는 인민광장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트루판 인민 광장은 유난히 넓어 호텔에 돌아오니 자정이 가까웠습니다.
트루판의 볼거리
베제크리크 천불동
트루판 시내에서 베제크리크 천불동 까지 35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평탄한 길을 주욱 달리다 보면 유전도 보입니다. (아~ 중국에도 이렇게 석유가 나오는군요. 타클라칸 사막의 석유 매장량이 대단하다는데 부럽습니다. )
가는 길에 보이는 산 전체가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불을 껐다는 화염산입니다. 서유기가 허풍이 좀 심하긴 해도 전혀 사실무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곳이 여름에는 지표온도가 70도까지 올라간다니 산이 불에 타는 듯 보였겠죠. 요괴가 아니면 누가 멀쩡한 땅에 이런 짓을 하겠습니까? 저 뒤에 보이는 산은 눈에 덮여있는데....
쭉 뻗은 직선 도로에서 벗어나 천불동까지 가는 길의 경관이 무척 멋집니다. 이 길을 갈 때 졸지 마시기를... 특이하게 이런 모래산이 천불동 앞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낙타를 타고 꼭대기까지 가 볼 수도 있습니다.
베제크리크 천불동은 화염산 북쪽 기슭의 강 절벽에 만들어진 석굴 사원입니다. 백자극리극(柏孜克里克)은 위구르어로 '장식된 집' 이라는 뜻으로 위구르족이 그린 화려한 불교 벽화를 14세기 무렵 이슬람 제국의 침략하여 파괴하고, 그나마 남아있던 것은 외국에서 온 탐험가들이 훔쳐가서 내부는 거의 볼거리가 없습니다. 대신 석굴 밖의 경관이 이렇게 특이하여 아쉬움을 달래 줍니다. 사진에 보이는 풍경이 베제클리크 천불동의 거의 다 라고 봐도 되지만 주변은 정말 멋집니다.
고창고성(高昌故城)
이곳에서 트루판으로 3km쯤 돌아오는 길에 고창고성(高昌故城)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8K를 더 가면 고창고성이라는 표지판이 보이는데 시간이 없어 포기하고 트르판 시내로 돌아와서 교하고성으로 갔습니다. 고창 고성은 5세기경 유적으로, 방대한 크기를 자랑한다는데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많이 훼손되었답니다.
교하 고성
교하 고성은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멋있습니다. 멋있다는 자체를 어떻게 풀이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곳은 제대로 된 건물이 남아 있지 않아 멋있는 곳입니다. 交河라는 이름처럼 두개의 작은 강이 성을 감싸 듯 흘러 벼랑 위에 있는 성은 천연 요새가 되었습니다. 성을 지을 때 벽돌을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지반을 파서 만들었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고창고성은 폐허가 되었는데 이 성은 비교적 흔적이 잘 남아 있다고 합니다.
카레즈
카레즈(칸얼징)는 지하수로 박물관입니다. (이란 야즈드 편에 이런 종류의 지하수로를 설명해 둔 부분이 있습니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좀 허접하지만 이 지하수로가 있어 오아시스 도시 트루판이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곳입니다. 이 수로는 만리장성과, 경항 대운하와 더불어 중국 3대 고대 건축물에 속하고, 신장지역의 1,600여개 수로 중 트루판에만 1,000개 정도가 있답니다.
지상에 있는 박물관 자체는 천산의 물이 지하로 흘러오는 경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 볼거리는 별로 없습니다. 수로를 파는 모습을 인형으로 만들어 둔 외부 길이 오히려 이해가 빠르고요. 지하로 내려가면 천산에서 부터 수십Km를 이어진 수로를 볼 수 있습니다. (물이 너무 맑고 시원합니다.) 천 갈래로 갈라진 이 수로의 길이가 5,000Km에 달한다니 대단하죠? 중국이란 나라가 무섭습니다.
소공탑
기사가 소공탑을 빼놓고 시내로 들어 왔습니다. 시간이 늦었지만 비싼 돈을 주고 차를 빌렸으니 그곳에 안 가보면 손해. 서둘러 가자고 했습니다. 포플러 나무와 포도밭 사이를 따라 가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 사이에 소공탑이 있었습니다. 흙벽돌로 모자이크한 높이 44m의 둥근탑을 빼면 볼 것이 없내요. 이렇게 따져보면 유명하다는 곳들이 다 그런 샘입니다. 어떤 의미를 두고 유적을 보지 않는다면 흙더미나 벽돌 조각에 불과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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