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지역 정체성 찾는 일"
흑백사진 한 장 속에는 거대한 역사의 강줄기가 흐르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을 읽어내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전북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사 홍성덕씨(43). 두문불출한다 싶더니 요즘에는 옛 사진만 보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진 보다는 전주에 빠져있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전주의 옛 사진을 나만큼 많이 본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 사진만 보고 살았습니다. 내가 살아온 곳이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전주에서 경험하고 일어났던 일들이 사진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지난해부터 「문화저널」에 ‘옛 사진으로 보는 삶과 역사’를 연재해 온 그는 최근 전주시가 보관하고 있던 사진들을 정리해 「전주, 100년의 풍경-길(路), 물(川)」을 펴냈다.
사실 사진을 읽기란 쉽지 않다. 사진 속에 담겨있는 시간과 공간을 이해해야 하고, 그와 관련된 정보들도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영원한 기록이라고는 하지만 사진에도 시의성이 있다”며 “옛 사진들 속 시공간에 대한 정보와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죽기 전에 정리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인물과 문화, 사회적 이슈와 문화재 등 사진을 통해 전주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싶다고 덧붙였다.
“지방에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일정부분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전주토박이인 저로서는 그런 부분에 있어 더 큰 책임을 느낍니다.”
조선시대 한일관계사를 전공했지만 향토사에 더 가까운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1999년 국가기록원에 들어갔지만 2년을 못 채우고 다시 전주시로 내려왔다. 2001년부터 일하게 된 전북대 박물관.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학술진흥재단이 기초학문연구지원을 한 결과물들을 모아 학문분야별 데이터센터를 만들려고 준비 중입니다. 지방대학에서는 전북대 연구팀이 유일하게 역사분야 책임을 맡게됐습니다.”
연구 결과물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일반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식정보센터는 현재 시범사업 단계다. 하우봉 전북대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이 사업에 홍씨는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범사업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올 상반기 전북대가 학술진흥재단 지식정보센타 역사분원(가칭)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홍씨는 “역사분원은 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연구의 모든 데이터가 전북으로 오게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부의 국가지식정보화사업 호남지역 고문서 디지털화사업에도 선정돼 전북대 박물관은 1년에 6억3천4백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문서를 탈초부터 해제까지의 과정을 거쳐 이미지와 함께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이 작업은 12월 말 ‘호남지역 고문서 종합 포털사이트’로 결실을 맺게된다.
“요즘에는 자료를 보물단지처럼 모셔놓을 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화시켜 여러 사람과 공유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옛 것을 팔아먹는 브로커’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업들이 결국은 역사분야에서의 지역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 될 것 입니다.”
자신을 ‘옛 것을 팔아먹는 브로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홍씨. 굳이 순화시키자면 ‘역사학자’ 보다는 ‘지역연구자’라는 말이 더 끌린단다.
그가 제안을 하나 했다. 지역 역사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들을 시대별로 차곡차곡 모으는 것. 그 안에서 이 땅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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