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 시인 이론서 밑줄을 쳐가며 애독
나의 대학시절 좋아했던 시인이라면 김기림(金起林, 1908∼1950 北遷)도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저때 고서점에서 구입한 그의 책들은 지금도 애장하고 있다. 시집 외의 저서로 「문학개론」(신문화연구소, 1946), 「시론」(백양당, 1947), 「바다와 육체」(평범사, 1948), 「시의 이해」(을유문화사, 1950), 「문장론신강」(민중서관, 1950) 등이다. 밑줄을 처가며 애독하였던 책들이다.
「시론」을 다시 들추어 본다. 5부로 엮어진 이 책은 4부 ‘우리 시의 방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광복 이전 1930년대에 발표된 것들이다. 그가 이른바 ‘모더니즘’ 시운동의 기수(旗手)로서 김광균(金光均) 시인과 함께 시창작과 시이론을 펼치던 때의 시론들이라 할 수 있다.
‘시는 어떠한 시대에도 자라간다./(시인의) 새로운 ‘눈’은 작은 주관을 주축으로 하고 세계-역사-우주전체로 향하야 복사적(輻射的)으로 부단히 이동확대할 것이다./새로운 시는 과거의 시와 대척하여, 비판적·즉물적·전체적·경과적·정의(情意)와 지성의 종합·유물적(唯物的)·구성적·객관적으로 진전할 것이다’
「시의 모더니티」(1933)에서의 주장이다.
신석정(辛夕汀) 시인을 목가시인(牧歌詩人)이라 한 것도 김기림이다. 「1933년 시단의 회고」에서 볼 수 있다. ‘현대문명의 잡답을 멀리 피한 곳에 한 개의 ‘유토피아’를 음모하는 목가시인 신석정/그가 꿈꾸는 시의 세계는 전연 개성적인 것이다/그의 목가 그 자체가 견지에 따라서는 훌륭하게 현대문명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기도 하다.’
‘해금’ 후 전6권의 「김기림전집」(심설당, 1988)이 발간된 바 있다. 김광균 시인은 이 전집을 사들고, ‘아 편석촌이 40년만에 서울에 돌아왔구나’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다. 편석촌(片石村)은 김기림의 아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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