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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낀 말 다듬고 다듬어..."그래서 시가 짧아졌다"

4년만의 시집 '그래서 당신' 펴낸 김용택 시인

바람이 몹시도 불던 날, 시인을 만났다. 후두둑 후두둑. 꽃들이 시가 되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산벚꽃이 다 졌다”며 시집 한 권을 내미는 김용택 시인(58·임실덕치초 교사). 참 오랜만이다. 「그래서 당신」(문학동네). 시로 피어난 꽃들이 거기 있었다.

 

“그때 나를 찾아왔던 나비와 매화 그리고 봄바람, 나는 이들에게 늘 ‘그래서 당신’이고 싶습니다. 자연에 우리들 삶이 들어있거든요.”

 

섬진강변, 자연 속에 푹 파묻힌 그가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일이 새삼스럽고 놀랍다 하니, 그게 더 놀랍다. 그가 “시인만큼 삶을 잘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라며 웃었다.

 

“시인은 세상을 자세히 보는 사람입니다. 같은 것이라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늘 새로운 게 발견되고, 시인은 그걸로 시를 써 사람들에게 삶을 새롭게 보여주는 것이죠.”

 

이번에는 꽃을 소재로 한 시가 많다. 꽃 피고 싶어하는 우리 인생과 우리 시대를, 인간의 오만과 욕망이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이게 꿈이지, 이게 꿈이지 그러면서 꿈속을 나와도’ 아련한 꿈결같은 작품 ‘나비’와 ‘나비의 꿈’, ‘나비, 다음에 꽃’까지, 그러고 보니 그가 마음에 든다는 시들은 전부 자연을 매개로 인생을 담고있었다.

 

제목을 열댓가지 붙였다가 ‘방창’으로 정했다는 시도 거침없이 살고싶은 열정과 삶에 대한 허무가, 마치 인생이 다 들어있는 듯 해 좋아하는 시다. ‘외로움이 쇠어/지붕에 흰 서리 내리고/매화는 피데 (…) 끝까지 간 놈이/일찍 꽃이 되어 돌아온다’는, ‘남쪽’이란 시도 마찬가지다.

 

“요새 시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어요. 사람들로부터 시가 멀어지는 걸 보면서 시 쓰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죠.”

 

「그래서 당신」은 4년만의 시집이다. 방바닥 가득 시를 깔아놓고 인쇄 직전까지 고치고 다듬고 한 것들이다. 시인은 “그래서 시가 짧아졌다”며 “옛날 시를 보니 말을 함부로 했다는 생각에 낯이 후끈거렸다”고 털어놓았다. ‘행과 행 사이를 잔뜩 벌려놓고서는, 짐짓 언어를 아’끼고 나니 전라도 판소리같은 운율도 생겨났다.

 

“문득 내가 살아온 것 보다 과분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인이라면 대개 돈 없는 사람들인데, 시인이 기증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시에 대해, 나눔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시를 써 내보내는 것이 곧 세상을 위한 것이지만, 그는 이번 시집 초판 5천부에 대한 인세를 아름다운재단과 환경재단에 기증하기로 했다.

 

‘신문지에 박힌 모든 글자들이 개미떼처럼 새까맣게 줄을 지어 찢어진 장판지 속으로 들어가버릴 때. 꾸물거리며 제일 늦게 들어가는 글자 하나를 얼른 잡아 텅 빈 흰 종이 위에 놓는다면 그 자가 바로 ‘詩’자 일 거라는 확신’을, 이번 시집으로 다시 얻게 된 고마움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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