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효자동 '돈막골 미술촌'...작가 10명 돼지축사 개조 둥지 틀어
“웰컴 투 돈막골 미술촌!”
전주시 효자동 333번지. 박물관 가는 길, 육교 코앞에서 좌회전을 한 후 시냇물 따라 200m쯤 걸어 들어가면 ‘돈막골 미술촌’이 나온다.
보지도 않은 영화 제목에서 따온 미술촌 이름은 원래 돼지축사였던 것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라서 ‘돼지 돈’(豚)자를 썼다. 도자기, 디자인, 서양화, 한국화 등 전공은 다르지만 모두 흙을 만지는 도자기촌이다.
“우선 공간이 넓어서 다양한 작업을 하기에 좋아요.” “혼자하면 심심할 텐데 동료들이 있어 좋죠.” “집에서 반찬 두가지씩만 가져와도 점심시간에는 근사한 밥상이 차려져요.”
대지만 480평. 커다란 마당을 가운데 두고 돼지막 한칸씩을 차지하고 마주보고 있는 이들은 촌장 전혜령씨와 이경자 전계숙 이혜영 최윤정 김갑선씨다. 젊어서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아줌마’가 된 이후에는 10년 넘게 드러내지 않고 작업해 오던 40대들이다.
또다른 건물은 김충순 임승웅 임동식씨 등 남자들이 차지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국정아씨도 미술촌 멤버로 남편 김충순씨 옆에서 흙을 배우기 시작했다.
구성원이 10명이나 되다보니 우연히 들른 사람들은 전통자기부터 생활자기까지, 다양한 작업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제가 파티하자고 들쑤셨어요. 처음에는 작가들끼리 한 판 놀아보자 했는데, 계획을 세우다 보니 그럴바에는 아주 큰 판을 벌이기로 작정했죠.”
미술촌에 가장 늦게 들어왔지만, 뭐든 재밌는 걸 좋아하는 김충순씨가 나섰다. 19일 오후 7시. 손님들이 빈손으로 오면 염치없을까봐(?) 각자 술과 음료수는 챙겨오기로 했다. 다음 전 술박물관장의 춤 공연과 최병호씨의 피리 연주도 준비돼 있다.
“이곳은 2∼3년 후 택지개발 예정지예요. 그때까지는 개인 작업도 열심히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흙이 주는 편안함도 전하고 싶어요.”
오는 9월에는 미술촌에서 전북예술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전시도 열기로 했다.
비 오는 날이면 여전히 냄새가 진동하는 ‘돈막골’지만, 이들에게는 가슴 뿌듯한 ‘미술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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