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홍 전북대교수 '한국문화인류학'에 논문 발표
피임약 발명 이후 20세기 제2차 성 혁명을 주도했다는 남성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1998년에 출시 이후 한 편에서는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그런 비판들은 어떻게 정리될 수 있으며, 나아가 얼마나 타당성을 지니고 있을까?
문화인류학자인 전북대 채수홍 교수는 최근 발간된 한국문화인류학회 기관지 '한국문화인류학'에 투고한 '발기부전 환자와 비아그라를 통해 본 한국남성의 남성성'이란 논문에서 비아그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서, 비아그라 실제 사용자들의 역학조사 등을 통해 그런 비판에 대한 검증을 시도했다.
부제가 '비아그라 효과에 대한 비판적 논점을 중심으로'인 이 논문에서 채 교수는 비아그라가 남성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고 총평했다. 즉, 비아그라는 그 자체로도 사회문화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위해 발기부전 환자 외에도 그들의 섹스 파트너를 포함한 약 190명을 직ㆍ간접 조사했으며, 이 중 약 60명의 사례는 심층 면담을 통했다고 채 교수는 덧붙였다.
먼저 채 교수는 비아그라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그 성공은 질환을 재구성함으로써 환자의 숫자를 늘린 데서 비롯됐으며 ▲성기ㆍ삽입 중심의 성에 대한 인식을 재생산했고 ▲남성의 생리문화적 특성을 강조함으로써 여성의 시각과 느낌을 단순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하는 세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첫 번째 비판에 대해 채 교수는 비아그라는 복용이 편리하고, 나아가 발기를 자연스럽게 유발하므로 과거의 발기부전 환자들을 외부로 노출하고 병원으로 끌어들이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아그라 복용 남성들 역시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을 병행하면서 자연스런 남성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는 점에서 비아그라 효과가 성기 중심의 성관념을 확대 재생산하고 남성중심의 문화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우려는 단순한 추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비아그라 효과를 남성 중심의 지배관념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여성이 남성과 다르다는 점만을 부각시킨 견해일 뿐이며, "여성도 '건강한' 남성성은 '자연스런' 성적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유지된다고 생각하며, 그 결과 비아그라는훼손된 남성성을 인공적으로 복원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채 교수에 의하면 "비아그라는 생리학적으로 보면 혈액순환에 작용해서 발기를 돕는 약일 뿐이지만 다른 어떤 약보다도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성적 욕망이 생리적인 것 못지않게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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