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0일 부안 생태문화활력소
이끼긴 동상, 곰팡이가 핀 교실, 홀로 운동장을 지키고 있는 호랑가시나무. 문닫은 학교 곳곳의 모습이 시어로 다듬어졌다. 아이들은 폐교의 작은 변화들까지 시(詩)에, 그리고 이야기지도에 담아냈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가 마련한 제2회 전국고교생 여름 문학캠프.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부안생태문화활력소(옛 마포초등학교)에서 열린 캠프에는 전국에서 50여명의 고교생이 참가했다. 규모는 지난해보다 조금 줄었지만 대부분이 문학도를 꿈꾸는 만큼 분위기는 더욱 진지해졌다.
참가학생들은 자신들이 동경하는 문인들과의 만남을 큰 즐거움으로 받아들였다. 우석대 정양 안도현 송준호교수를 비롯해 이정록 유강희 윤석정 정동철 김성철시인과 김병룡소설가가 캠프 내내 학생들과 함께했다. 아이들은 안도현 이정록시인과는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통해 더욱 내밀하게 만났고, 참여작가들의 지도로 창작실습도 했다.
작가들은 아이들에게 글을 쓰는 것보다 주변을 관찰하는 법과, 무엇을 쓸 것인가를 정하는 것의 중요성부터 일러줬다. 연장선상에서 감각을 기르는 잠행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아이들은 한밤중에 눈을 감고 촉각과 청각만으로 자연과 마주하며 그동안 놓쳤던 소중한 것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캠프의 하이라이트는 학생들이 마련한 ‘문학의 밤’. 폐교가 된 마포초등학교의 정경과 변산면 마포리 주민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와 이야기지도를 만들어 발표했다. 학교 운동장에 서 있는 낙타동상은 시 ‘낙타’로, 학교 음악실 벽지에 핀 곰팡이도 시 ‘어제와 만난 곰팡이’로, 운동장 한켠의 외롭게 서 있는 호랑가시나무는 시 ‘호랑가시나무의 버릇’으로 새생명을 얻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들은 마포리 간첩사건과 한적해진 농촌마을의 이야기는 이야기지도속으로 들어갔다. 공동창작을 처음 해 본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발표될때마다 환호했다.
유지선(안양예고1)양은 "작가들은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매우 존경하는데 문학캠프를 통해 많은 작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좋았고, 또 같은 꿈을 키워가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소중했다"고 말했다.
작가가 꿈이라는 이동진(우석고3)군은 “캠프에서 글만 쓰는 게 아니라 마을에서 설화와 방언도 채록하고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는 법도 가르켜줘 유익했다”며 앞으로 보다 다양한 체험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문학캠프 정양교장은 “청소년들에게 문학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캠프를 열고 있다”며 “참가학생들에게는 문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장이 될 수 있고, 문학계로서는 저변을 다지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온라인세상에 ‘변산반도에서 나비잠 잘까?’ 카페를 차리기로 했다. 문학에의 꿈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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