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이병수시집 '뜨겁게 익은 하늘을 향해 얼마나 달려가야 종점은 올까'
“어떤 사물, 어떤 현상도 난생 처음 보듯 내 안에서 차곡 차곡 쌓였다. 놀라운 것은 그것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밤새도록 나와 싸운다는 것이다. 그나마 내게 손들고 나온 것들을 간추려서 선을 뵈는데, 아직도 무릎팍이 피가 나고 손톱이 빠질 때까지 내 안에 있는 것들과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병수(53) 시인. 시집 「뜨겁게 익은 하늘을 향해 얼마나 달려가야 종점은 올까」(도서출판 두엄)를 엮어낸 그는 자신의 시작(詩作)이 성에 차지 않는 듯 이렇게 고백했다. 저자서문을 통해 보다 치열해야 겠다고 자신을 보챈다.
그러나 시집에 엮인 시들은 삶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소박하고 간결한 것들이어서 더욱 소중하다. 복효근시인은 시인의 작품에 대해 “몸으로 가슴으로 피와 땀을 잉크삼아 써내려간 그의 시편들은 혈흔처럼, 눈물자국처럼 읽는 마음을 짜안하게 붙잡아 놓는다”고 평했다. 농투성이인 시인의 삶의 여정이 솔직하게 그려져있기 때문이다. 농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인정하고 자연의 순행질서를 쫓는, 생명의 창구로서의 농촌을 노래하는 맑고 순박한 시어들이 조합됐다.
‘올 한해도 풍년들어/머리를 무겁게 고개 숙이는 황금빛 벼/서둘러 논을 떠나고/뿌리를 남기고 씨를 남기면서/그들은 그렇게 들판을/떠날 줄 알면서 끝내 울지 않는다/이제 다시 만남은/새 해가 오면 꼭 오리라는 믿음 하나로/굳게 다짐하는 늦가을에/차가운 빗물 처마 끝에서/그리움 안고 떨어진다’-농투성이의 사랑3 중 일부
「순수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인이 나고 자란 고향 무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사)민족문학작가회의 무주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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