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굵직한 족적남긴 日人 기록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 그렇다고 ‘멀리하기엔 가까운 당신’이 바로 일본이다.
두 나라의 물리적 거리 뿐 아니라 역사가 일본의 한국 침략을 기억하고 있으니, 두 나라의 현대사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은 분명하다.
“내 나라, 즉 지금은 한국이지요. 그곳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한국인의 뼈에 아프게 새겨진 이름, 이토 히로부미(1841∼1909). 1906년 미국 예일대학 래드 박사와의 회견에서 황제가 있고 정부가 존재하는 다른 민족의 국가를 ‘내 나라’라고 표현한 그를 이 책은 ‘한국을 억압하고, 그 권력에 취한 식민지 시대의 독재자’로 기억한다.
탐욕스러운 컬렉터도 있다. “닥치는 대로 유물을 수집하여 유물 수집가로 악명이 높았던 남선전기회사 사장” 오구라 다케노스케(1870∼1964). 그는 ‘선의의 가면을 쓴 한국문화재 수집가’로 남겨졌다. 오구라컬렉션보존회가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한 한국문화재 1030점들은 모두 한국에 남아있었더라면 국보로 지정돼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길이길이 전해질 것들이다.
한국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다테노 아키라가 기획하고 엮은 「그때 그 일본인들」(한길사)은 ‘한국 현대사에서 그들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국·조선에 영향을 끼친 36명의 일본인」(2002)과 「36명의 일본인, 한국·조선에 대한 눈길」을 합본한 이 책은 메이지시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일 관계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일본인 72명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을 직시하려는 시도다’ ‘좋든 싫든 이웃에 대치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상과 행동에 눈길을 돌리게 하는 데에 매우 적합하다’ 등 일본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았지만, 다테노 아키라는 “한국어판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악인’으로서의 일본인의 사상과 행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뿐 아니라 ‘선인’으로서의 업적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제국주의를 부정하고 한국 통치를 비판한’ 가시와기 기엔, ‘일그러진 한국관 타파에 힘을 기울인 한국사학자’ 하타다 다카시, ‘한국의 고아를 위해 평생을 바친’ 다우치 지즈코 등도 소개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은 전부 나쁜 사람들이었나’ 싶을 정도로 역사교육을 받고 자라온 우리 현실에 이 책의 등장이 흥미롭긴 하지만, 최근 급격한 우경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일본을 보자면 ‘일본에 이렇게 좋은 사람도 있다’고 강조하는 것 같아 약간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역시 지배하는 쪽과 지배당하는 쪽의 고랑은 그렇게 간단히 메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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