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집짓고 삶의 지혜 나누고
8월 중순,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 산막부락의 김승철씨의 흙집을 찾았을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지붕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나무 자르는 사람, 흙 다지고 있는 사람들까지 6-7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며칠동안 고용한 일꾼들인가 싶었다.
"흙집학교 동기들이예요. 전국 각지에서 왔죠." 김씨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김씨의 흙집 짓기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으로 흙벽을 올려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2일, 동기생들이 품앗이에 나서면서부터다. 동기들 중 네번째로 집을 짓는 김씨를 위해 5명 동기들은 한달 가까운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동기 회장인 박창호씨(52· 광양· 건축업) 이주홍(56·부산·명상가) 이영주(51·김포·개인사업) 박승범(43·제주·건축인테리어) 최상열(41·남원·세탁업)씨의 동행은 이를테면 일종의 '품앗이'다. 사촌동생인 김만덕씨(27)도 손을 보탰다.
"함께 배운 지식을 나누면서 흙집에 대한 노하우도 쌓는 과정이죠. 흙집을 함께 짓다보면 단순히 노동으로서 뿐 아니라 어려움을 나누고 지혜를 모아가는 삶의 또다른 의미를 배우게 됩니다."
그들이 손을 보태는 작업은 지붕을 올리는 과정까지. 지금대로라면 8월 말 쯤 지붕공사까지 마칠 수 있다.
사실 품앗이에 나서는 일은 쉽지 않다. 개인마다 일하는 분야가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20여일동안 객지 생활에 따르는 어려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운이 좋았다. 이번에 참여한 동기들은 직업이 서로 달라 집짓는 일에도 서로 다른 역할을 보완하며 노하우를 공유한다.
"삶의 가치가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김씨는 화려한 것 보다는 소박한 것, 문명의 편리함보다는 자연적인 불편함에 눈을 돌린 사람들끼리의 가치관을 서로 존중해주는 관계의 소중함에 의미를 둔다.
아침 7시 30분이면 시작되어 오후 6시까지 계속되는 이들의 작업은 그래서 더 즐겁다.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내일 비올 것을 대비해 늦추어진 지붕 공사 도중 주위가 소란해졌다. 지붕을 받치는 나무의 각도를 정하는데 서로 의견이 달랐던 탓이다.
지붕 위와 아래서 한참동안 의견을 나누었지만 좀체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앞산 옆산을 좀 보세요. 지붕의 각이 좀 더 있어야 어울릴 것 같지 않아요. 눈이 많이 온다니 그것도 대비해야 하고..."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형 말이 맞어. 이정도의 각은 되어야 해."
흙벽을 쌓는데 동원되는 '황토포탄'(흙을 둘글게 버부린 것)을 만드는데 동원됐던 마을 아주머니들이 일과를 마치고 돌아간 후에도 지붕 공사는 한참동안 계속됐다.
"전국 어디를 가도 내가 지은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워요. 짐 하나 챙겨들고 나서도 어딜가나 몸 누일 수 있는 내집이죠."
이들이 들려준 '품앗이'의 또다른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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