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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시인의 향수어린 책] 빛나는 지역(地域)

영운 모윤숙의 처녀시집...김활란·이광수 서문 등 곁들여

「빛나는 지역」(조선창문사, 1933)은 모윤숙(毛允淑, 1910∼1990)의 처녀시집이다. 이화여전을 졸업한 다음다음해에 상재한 시집이다. 이때 ‘영운(嶺雲)’의 아호도 사용하고 있었다. 46판, 204면의 양장본이다. 도안·제자·장정은 취운몽인(翠雲夢人)이 맡았고, 내표지 다음에서 ‘저자소조’도 볼 수 있다. 김활란(金活蘭)·이광수(李光洙)의 서문과 자서도 곁들였다. 미려한 시집이다.

 

춘원 이광수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찬사다. ‘(영운은) 조선시단의 중요한 재산이다. 그의 시를 읽는이는 그의 놀라운 상상력과 날카로운 인생관과 자연의 관찰과 향토애를 기조로한 열정에 깊은 감격을 받지 아니치 못할 것이다.’

 

모시인은 자서에서 ‘저는 생명의 닻줄을 조선이란 외로운 땅에 던져놓고 운명의 전주곡을 타보았으면 하는 자입니다./갈대강변을 지나는 듯한 제 영혼의 적막한 하소연을 이 가슴 한편 구석에서 내어놓는 것이 이 조각글들입니다.‘고 하였다. 무엇보다도 1930년대 조국과 민족의 현실에 대한 가슴앓이였던 것을 볼 수 있다.

 

‘이 마음 물결에 고요치 못할 때/미쁘신 그의 음성 내 곁으로 날라와/내 영혼의 귓가를 흔들어 줍니다/「너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느냐」고.’ 4련으로 된 ‘조선의 딸’의 첫련이다. 2·3·4련의 맺음 시행도 ‘「너는 왜 잠이들지 못 하느냐」고’ ‘「너는 조선의 딸이 아니냐」고’ ‘「인생의 전부는 사랑이 아니라」고’ 시인의 영혼을 흔드는 미쁘신 누군가의 음성으로 맺고 있다. 이 시로 하여 모시인은 경기도 경찰서에 구류된 바도 있었다.

 

나는 모시인을 몇 차례 뵈온 바 있다. 그때마다 웃어른의 다스한 정을 느끼곤 하였다. 모시인 최후의 서사시집 「논개」(광명출판사, 1974)를 서명본(署名本)으로 가지고 있음도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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