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인간내면과 소통하기
인간 내면으로 천착하는 실험적인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청년 작가 이주리. 힘과 속도가 느껴지는 터치와 다소 무거운 색채로 남성적인 화풍을 견지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냈다. 늘상 그림의 주제가 되어온 ‘사람’에서 아직 비껴서지 않았다. 더욱 깊어진 모습이다.
“남자 누드에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사람을 그리다보니 점차 세밀한 한 부분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죠. 제가 발견한 소통의 도구는 ‘손’이었습니다.”
첫번째 개인전 ‘군상의 남자누드전’에 이어 두번째 전시 ‘크로키전’을 하면서 ‘손’을 발견한 것이 성과다. 손 만으로도 사람의 감정 느낌 의사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세번째 개인전은 손에 ‘집착’했다.
“사람에 관심이 많아요. 솔직히 표현하자면 내 자신에게 진실하고 싶은 욕망이 큰 거겠죠. 세상을 살면서 생각 행위 언어가 세상의 유혹으로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나’를 찾을수 있지 않을까요.”
두번째 전시이후 한동안 붓을 잡지 않았다. ‘외도’라는 표현을 빌었지만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그림이라는 것을 되레 선명하게 깨달았고, 그래서 세번째 개인전을 준비했다. “진실한 자아를 찾으면 개인의 삶도 나아질 거고 그러한 개인들이 모여 있는 세상도 나아지지 않을까요. 제 그림의 화두입니다.”
전시장은 발가벗은 손과 얼굴, 뒷모습, 그리고 감아버린 눈만 있지만 무수한 언어로 채워져있다. ‘침묵’ ‘독백’ ‘대화’라는 이름표를 단 작품들은 더 큰 외침을 위한 기다림·준비의 시간을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외로움을, 또는 ‘말’이 없어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메세지를 조용하게 전한다.
“그림이라는게 작가를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내 그림엔 ‘나’이상의 것은 나오지 않는거죠. 아직 참다운 나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당분간은 나를, 사람을 테마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을 이해한 후 관계로 확장해 나가야지요.”
원광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한국미술협회 전북인물작가회 평면회화회 중작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1일까지 전북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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