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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안으로 미술이 들어왔다

'와유하는 터미널' - 4일 오픈식 갖고 이달말까지 전시

발자국을 따라 매표소까지 걸어보자. 표를 끊었다면, 이제 버스 승차대로 이동해야 할 차례. 이색식물로 단장한 전자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후 나선형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바닥만 보지 말고 손잡이도 한번 잡아보고, 벽면의 액자에도 눈길을 주자. 혹여 벽면에 그려진 뛰어가는 사람이 나의 모습은 아닌지 자문도 해볼 일이다. 승차대 로비로 내려섰다면 천장에도 눈길을 주자. 하늘에 버스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일게다.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장소. 전주고속버스터미널이 미술을 입었다. 독립기획가 구혜경씨가 젊은 미술가들과 함께 공공미술을 터미널안으로 들였다. “고속버스터미널을 대폭 리모델링한다는 소식이 있더군요. 1980년부터 사용됐다니 26년의 역사를 가진 공간인데, 리모델링이 되면 현재의 모습은 사라지게 되잖아요. 그래서 터미널의 어제와 오늘을 미술에 담아봤습니다.”

 

그가 기획한 프로그램은 ‘와유(臥游)하는 터미널'. 단순히 들고 나는 기능적인 공간으로만의 인지가 아니라 터미널을 즐기는 공간으로 인식해보자는 다분한 의도를 담았다.

 

‘와유하는 터미널’은 터미널의 과거와 현재를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한 ‘터미널기행’과, 터미널을 문화적 유희공간으로 해석한 ‘터미널 와유’,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대중 참여’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터미널의 기능적 모습들을 담은 영상물이 대형TV를 통해 순간순간 상영된다. 공간과 사람, 사물 등 터미널 구성요소들은 또 사진으로 기록돼 곳곳에 전시된다.

 

전주고속버스터미널의 상징적인 공간은 나선형계단. 이 계단을 이미지화한 작품은 광고판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나선형 비탈길 벽면엔 뛰어가는 사람의 형상이 비춰졌다. 늘 시간에 쫓겨 정체성마저 잃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매표소와 로비 바닥의 발자국은 움직임의 유쾌함을 선사하기 위한 장치다. 눈길이 자주 가는 전자시계는 식물의 이미지로 감샀다. 자연의 온기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천장의 ‘하늘을 날으는 버스’는 희망의 나라로 안내하는 상상의 버스다.

 

터미널을 전주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인식케 하려는 장치도 준비한다. 포토존을 만들어 기념촬영장소로 제공한다. 곁에는 터미널을 중심으로 1972년, 82년, 92년, 2002년에 촬영한 전주시가지의 모습도 보여준다.

 

구혜경씨는 “이번 기획은 앞으로 터미널을 리모델링하는데 문화적 시각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는 일종의 메세지를 전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터미널에 대한 직접적 해석과 미술적 해석은 최진성 서용인 권승찬 이승훈 박은주 이상훈 임유선씨가 했다. 4일 오후 3시 오픈식을 갖고, 11월말까지 전시한다. 오픈전에도 작품 설치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와유하는 터미널’은 전주문화재단 문화예술기획 우수프로그램 공모사업이며, 아카데미 광고기획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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