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갯벌이다 - 육지 것들의 오해와 편견 / 김준(목포대 교수)
새만금연안을 둘러싼 33km의 방조제는 내부에 2만8300ha의 간척지와 1만1800ha의 담수호를 조성했다.
물막이 공사가 올 초 완공됐고 현재는 방조제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인 새만금간척지는 초기 농지전용에서 복합산업도시, 레저관광단지 등으로 활용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10여년에 걸친 계획과 공사와 물막이 공사는 완료됐지만 활용방안을 둘러싼 숱한 논의와 주장이 계속되는 사이 이 일대 갯벌과 바다에 삶을 기대고 살아왔던 1만5000여명의 연안 어민들은 급속히 삶의 보금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평생 동안 갯벌에서 백합을 잡으며 자녀들을 가르치고 결혼시켜 왔던 어민들은 이제 적게는 600여만 원에 불과한 보상금만을 쥔 채 삶의 양태를 바꿔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15년 전부터 바다와 인연을 맺고 바다와 갯벌을 삶의 기반으로 하는 어민들을 연구해 온 김준 목포대 교수는 바다와 갯벌, 그리고 이 속에서 살아 온 어민들의 얘기를 풀어갔다.
예로부터 섬과 바다에는 육지와는 다른 삶의 원리가 있었다. 같은 해역, 지척에 있는 마을들이 서로 다른 어종을 잡으며 바다생물 개체수를 보존해 왔고 물때에 따른 시간과 삶의 원리, 독특한 장례풍습 등 바다와 공존하는 삶의 원리를 이어왔다.
목돈이 필요한 추석을 앞둔 잠시간의 농한기. 보름간의 기간 동안 젓새우가 새만금 인근 바다에 나타나 연안주민들의 쏠쏠한 돈벌이가 됐고, 수천년에 걸친 생태적 지혜를 갖춘 어민들은 갯벌과 바다를 보호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패스트푸드 같은 육지의 획일성으로 바다 삶의 원리를 묶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정년이 없는 갯벌에서의 생활은 80대 할머니도 그레와 바구니만 있으면 백합을 잡으며 삶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 할머니들의 무한정한 정년은 그들 스스로가 만들고 있다.
한 평생 물때를 따라 바다로, 갯벌로 나가 고기를 잡고 조개를 잡아 온 삶은 이들의 생태리듬을 고착시켜 왔다. 자녀들을 따라 도시로 간 갯사람들이 매일같이 수 시간 차를 타고 갯벌로 가 조개를 잡는 것도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뼛속까지 스며든 삶의 양태 때문이다.
이런 측면 때문에 김 교수는 “평생 바다 일을 해 온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고 다른 일을 하라는 것은 국가가 행사하는 집단적 폭력일 수 있다”며 “평생을 일하다 강제로 퇴직당한 어민들에게 경제적 보상 외에 정신적 보상을 위한 치료센터 등의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만금 방조제는 바다와 함께 어민들의 삶의 양태도 바꾸고 있다.
갯벌 백합잡이에 남성들이 나타나고 있다. 근해에서의 고기잡이가 더 이상 힘들어지자 생계를 위해 그레를 끌고 백합을 잡는 것이다. 또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칠게 잡이도 한창이다. 조만간 갯벌을 잃을 어민들은 생태적 방법이 아닌 거칠게 고기잡이에 나서고 있다.
갯벌이 사라져 가면서 갯벌 생물들도 변해가고 있다. 개체가 급감하고 있는 백합들은 자꾸 바다로 내려가고 칠게 등도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갯벌이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 1970년대 농지확보를 위해 섬들을 잇는 방조제가 세워졌으나 농지도, 습지도 아닌 땅이 된 전남 여수시의 작은 섬 계도를 얘기하며 강연을 끝맺었다.
“500가구 중 300가구가 갯과 바다에 기대 살아온 계도 주민들은 30여년을 기다려도 농지가 되지 않자 물길을 터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주민들은 물길을 열면 바다는 주민의 땅이 되고 막으면 외지 사람들의 땅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만금도 막으면 전북의 희망이 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불투명합니다. 가장 좋은 대안은 주민들이 여전히 갯벌을 지키는 것이겠지만 막은 만큼 합리적 개발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결정을 반드시 우리 당대에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토론의 중심에는 새만금 어민들과 지역민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바다와 갯벌도 지키고 이에 기대 삶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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