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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춘문예 도전기] ③소설가 김애현

계절의 흐름도 잊고

신춘문예 응모마감일 하루 전. 내가 쓴 단편소설을 남편회사 로고가 찍힌 봉투에 넣고 아들이 쓰는 딱풀로 봉투입구를 풀칠해 단단히 붙였다. 그러고 나자 울컥, 눈물이 났다. 울면 재수 없다던데……, 생각하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게 작년 이맘 때 쯤의 일이다.

 

신춘문예 응모자들은 자신이 쓴 소설을 떠나보내기 전 어떤 형태로든 속앓이를 한다. 소설을 보내고 나서 이미 내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선의 기대감을 떨칠 수 없다. 마감일이 지나고 마음이 부푸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무 소식 없이 새해를 맞는다.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버린다. 그때부턴 몸이 아프다. 아프면서 봄을 맞고 문득 손 놓아버린 소설을 깨닫는다. 몸과 마음을 추슬러 다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과연 봄 때문일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며 더운 여름에도 소설을 쓴다. 소설을 쓰느라 가을이 오는 지도 몰랐다면 그건 거짓말일까? 누군가 대답한다. 이봐, 겨울이거든?

 

그렇게 쓴 자신의 소설 하나하나가 자식 같다고 한 그 사람은 언제쯤 그 자식이 좋은 소식 물고 돌아오겠냐고 내게 묻는다. 대답 대신 나는 그저 웃는다. 웃지만 말고 대답 좀 해보라고 그 사람이 내게 다그친다. 등단했으니 뭐 좀 보이는 게 있을 거 아니냐고 은근한 다그침도 뒤따른다. 나는 좀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연다.

 

먼 길 가는 자식인데 옷은 단단히, 잘 입혀 보내셨나요?

 

그 사람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문득 눈가가 축축해진다. 나는 차라리 그 사람에게 이번엔 꼭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허튼 말이라도 해줄 걸 그랬나, 후회막급이다. 그 때, 그 사람이 휴지로 눈가를 훔치며 말한다. 울면 재수 없다던데…….<*>

 

 

1965년 서울 출생.

 

2006년 전북일보 ‘K2 블로그’

 

한국일보 ‘카리스마스탭’

 

강원일보 ‘빠삐루파, 빠삐루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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