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블런은 경제학의 경계를 넘어서 철학과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모든 사상을 섭렵했던 거대한 사상가다. 그는 과거의 선입관과 관점을 과감히 탈피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그것이 바로 진화론적 경제학이다. 베블런의 진화론적 인간과 본능, 적응과 경쟁, 제도개념은 현대경제학에 새로운 주춧돌을 놓아줬다. 베블런의 생애는 안정과 거리가 멀었으며, 영원히 떠돌아다니는 디아스포라의 삶이었다. 세상과 영합하지 않았던 노르웨이 출신 이방인의 날카로운 시선은 19세기 아메리카와 유한계급을 여지없이 해부할 수 있었다.’
경제학과 인류학을 넘나드는 저술로 제도경제학과 진화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경제학 패러다임을 개척한 도스타인 베블런(1857∼1929). 원용찬 전북대교수가 그의 대표 저서 「유한계급론」을 해설한 「유한계급론-문화·소비·진화의 경제학」(살림)을 출간했다.
「유한계급론」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주인공들이 약탈을 일삼는 야만인들의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간 당시 미국의 전통적 우상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원 교수는 “베블런은 유한계급의 계보를 야만문화속에서 추적하고 사고습관과 본능적 성향이 현대문명사회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 가를 추적했다. 그는 마르크스가 계급적 관계로 접근했던 자본가 자리에 유한계급을 앉히고 그들의 생활양식과 제도속으로 파고 들어 진화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베블런의 모든 핵심장치와 철학이 「유한계급론」한 권에 녹아있다. 그러나 그의 까다롭고 괴팍한 성격과 경제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 24개 언어를 넘나드는 언어구사력, 내심을 들키지 않으려는 문장구조, 다중적 의미의 단어선택 등으로 책을 해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다보면 현대사상과 철학, 문화와 상징소비, 프로이트 심리학, 사회계층간의 갈등, 도박과 스포츠, 현재의 일상생활에까지 연결되고 녹아있는 베블런의 깊은 사유의 맛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책은 베블런의 분석에 생물학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더해 현대 한국사회를 분석한다.
베블런에 따르면 역사는 합리적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미래변화의 방향은 맹목적 성향을 띠며 필연적이지도 목적론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베블런은 인간의 목적론적 존재성도 간과하지 않았다. 또한 베블런은 자신들을 따라잡으려는 중하류계층의 끈질긴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생각하는 오늘날 상류계층의 모습에서, 합리적 인간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야만적·근원적 본능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원교수는 여기에 한국의 실정도 파악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0년간 미국식 자본주의 발전경로를 따라걷다보니 그 자본주의의 야만적 속성까지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 원교수는 경제학뿐 아니라 생물학 우주과학 사회학 등에 걸친 광범한 독서를 바탕으로 이 책을 다시썼다. 지난 100년간 축적된 다양한 학문분야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근본적 특성을 이해하고 설명했으며, 자본주의 문화의 보편성을 탐구했다.
원교수는 베블런과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의 사상을 접목시킨 「상상+경제학블로그」도 펴냈다. 「사회보장발달사」「일제하 전북의 농업수탈사」「전북의 시장경제사(공저)」「(日本)民俗經濟學硏究 Ⅰ」(공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칼 폴라니의 경제사상」「죽음의 문화와 생명보험」등의 번역서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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