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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마임·거창국제연극제' 되는 이유, 사람에게 있었네

야외무대 활용 인프라 구축 노력

'춘천마임축제’(5월 27일∼6월 3일)와 ‘거창국제연극제’(7월 27일∼8월 15일). 올해로 19회째인 두 축제에는 ‘되는 이유’가 있었다.

 

마임과 연극이란 특정장르를 내세우고도 문화관광부로부터 우수사업으로 평가받는 데 반해, 전북의 유일한 공연예술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지난해 시도한 통합입장권 제도가 실패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판소리와 비교, 마임과 연극이 상대적으로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춘천과 거창 역시 공연예술축제로서 대중성 확보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또한 특정 장르가 축제로 발전한 만큼 축제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부각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최석규 춘천마임축제 부예술감독은 “축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전문성과 대중성의 충돌은 풀리지 않는 문제”라며 “축제가 가지고 있어야 할 문화의 다양성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고 말했다. 두 축제는 마임과 연극 분야에서는 작품성을 높이면서도 초청작들의 폭을 넓혀 ‘공연예술 종합페스티벌’의 성격을 점차 강화하고 있었다.

 

1일부터 3일까지 마임축제 현장에서 진행된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 전문연수 ‘지역축제의 성공적인 기획과 운영방안’을 통해 소리축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공연예술축제의 성공아이디어를 찾아봤다.

 

 

△ 축제의 힘은 사람

 

춘천과 거창의 힘은 사람에 있었다.

 

두 축제의 가장 큰 공통점은 민간에서 시작돼 자생력을 갖춘 이후 관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 춘천에는 유진규 예술감독이, 거창에는 이종일 집행위원장이 있다.

 

첫 해부터 축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유감독과 이위원장은 닮은 점이 많았다.

 

유감독은 1981년 시대적 상황과 작품에 대한 한계를 스스로 느끼고 무작정 춘천으로 내려왔다. 마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마임 1세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마임페스티벌’. 그는 “19년 전 한 줌 밖에 안되는 5명이 아주 작게 출발했다”며 “미치지 않으면 축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위원장 역시 교사 발령을 받아 연고가 없는 거창에 오게됐다. 배우 구하기 조차 힘든 지역 현실에서 교육을 목적으로 연극을 시작했고, 1989년 경남지역 연극단체들 간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시월연극제’를 개최하게 됐다. 이위원장은 “거창국제연극제의 모태는 극단 ‘입체’”라며 “극단이 연극제를 만들기 때문에 일사불란하면서도 끈끈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두 축제는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비교적 쉽게 국비·도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위원장은 “초기 10년 동안은 외부 지원이 없었다”며 “오히려 관이 주도하지 않아 축제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축제, 일탈을 꿈꾸다

 

일탈을 꿈꾸게 되는 축제. ‘밤’과 ‘야외’란 시공간은 일탈하고 싶은 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두 축제는 실내극장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야외무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춘천은 고슴도치섬과 시내 거리, 대학 캠퍼스 등에서 매일 축제가 펼쳐졌으며, 거창도 수승대 일대의 야외극장과 금원산 자연휴양림, 마리 장풍숲 등을 주무대로 하고 있다. 이위원장은 “지역연극제가 국제연극제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연극은 실내에서 공연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기 때문”이라며 “낮에는 물놀이를 즐긴 사람들이 해가 지면 공연장으로 무리지어 이동하는 등 야외무대가 수렁에 빠진 연극제를 극적으로 구해냈다”고 말했다.

 

춘천의 고슴도치섬은 축제의 일탈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공간이다. 마임축제의 인기 프로그램인 ‘도깨비난장’과 ‘미친금요일’은 밤 늦은 시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고슴도치섬에서 계속된다. 1박 2일 일정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은 춘천을 머무르는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덕분에 명동의 닭갈비 골목은 줄을 서야할 정도로 외지인들로 붐빈다.

 

타켓을 세분화시켜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는 전략은 두 축제의 가장 큰 성공요인이었다. 최석규부감독은 “축제에서 시공간의 조화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춘천을 찾는 관객들은 ‘미친금요일’이나 ‘도깨비난장’ 등을 통해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즐긴다”고 말했다.

 

 

△ 축제, 지역과의 결합

 

공연과 공연 사이. 어수선한 객석에서는 도깨비 분장을 한 100여명이 갑자기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경쾌한 몸놀림에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지루함은 달아난다.

 

대부분의 축제에서 지역민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자원봉사자 정도다. 그러나 춘천은 온라인 웹진과 지상파 스팟 광고, 도깨비탈 및 기념품 제작 등에 지역 대학 관련학과들과 결합했다. 동호회 지원, 워크숍 개최, 청각장애우 마임 프로그램 개발, 찾아가는 마임공연 등으로 지역민들과 만나는 기회도 다양하다. 특히 강원도 G5프로젝트 개발택지로 선정돼 모든 주민이 섬 밖으로 이주해야 하는 중도에서 펼쳐진 찾아가는 마임공연은 지역 축제로서 의미있는 기획이었다.

 

지역에 마임과 연극 관련 인프라를 확대하려는 축제의 노력도 주목해야 한다.

 

초기에는 축제 기간에만 마임 공연이 있던 춘천은 교육 프로그램과 마임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마임극장을 만들어 지역에 축제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가을과 겨울 대학연극제와 청소년·어린이 연극제를 열고있는 거창은 장기적으로 연극제를 사계절 페스티벌로 전환하고 여름에 열리는 국제연극제를 확대해 연극을 통해 지역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홍보할 계획이다. 이 계획의 중심에는 역시 연극공연 전용 실내극장 건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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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이화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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